배우 김혜윤이 영화 '살목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혜윤이 영화 '살목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명랑하고 러블리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혜윤이 이번엔 생기 없는 눈동자로 카메라 앞에 섰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 캐릭터로 보여준 밝고 화사한 에너지는 온데간데없다. 죄책감에 짓눌리고 일상에 찌들려 퍼석하게 말라버린 얼굴,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 속 김혜윤은 기존의 이미지를 깨부순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살목지'의 주인공 김혜윤을 만났다. '살목지'는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인 살목지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면서 로드뷰 촬영팀이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다시 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영화다. 김혜윤은 로드뷰 서비스 회사 온로드미디어의 PD 한수인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영화 '살목지'의 한 장면. 주인공 김혜윤이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살목지'의 한 장면. 주인공 김혜윤이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 사진제공=쇼박스
공포 영화에 첫 도전한 김혜윤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참신함'을 꼽았다. 평소 공포물 애호가라는 그는 "물귀신이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시나리오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는 것과 직접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김혜윤은 수인 캐릭터를 위해 기존의 에너제틱한 이미지를 걷어냈다. 그는 "수인은 교식 선배(김준한 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일상에 찌들어 있는 인물이다. 첫 장면부터 생기가 없고 모든 일에 힘들어하는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혜윤은 캐릭터를 위해 '생기'를 덜어냈다. 그는 "교식 선배(김준한 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있고 모든 일에 힘들어하는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했다"며 "속은 무서운데 겉으로는 침착해 보여야 하는 지점이 연기하기 어려웠다. 차분해 보이려 노력하면서도 눈빛이나 호흡은 진정이 안 되는 상태를 표현하려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살목지'가 4월 8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살목지'가 4월 8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습하고 외진 저수지에서 주로 촬영했기 때문에, 벌레와의 전쟁도 벌여야 했다. 김혜윤은 "벌레가 정말 많았다. 뛰어다니는 신이 많아 땀을 계속 흘리는데, 땀에 벌레들이 자꾸 붙더라. 벌레퇴치제를 몇 통이나 썼다"고 말했다. 또한 "외진 곳이라 화장실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우들이 다 또래라 캠핑 온 것처럼 즐겁게 촬영했다"며 좋았던 점도 회상했다.

공포 영화 촬영장에서의 귀신 목격담은 방송가에서 종종 들려오는 얘기다. 이번 촬영장에서도 귀신 목격담이 나왔다. 김혜윤은 "스태프 한 분이 봤다더라. 패딩을 걸칠 만한 쌀쌀한 날씨였는데, 저 멀리서 민소매를 입은 아기가 보이더란다. 그러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지나갔다고 한다"고 전해 소름을 유발했다.

평소 물을 좋아한다는 김혜윤. 전작들에서 수중 촬영 경험도 있었지만 공포 영화 특유의 어둡고 기괴한 수중 환경은 공포심을 자극했다. 김혜윤은 "검은 물 속에 무서운 소품들이 가득해 겁이 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상대역인) 종원 오빠의 능숙한 모습에 안정을 얻었다. 덕분에 수중 촬영과 한 발짝 더 친해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영화 '살목지'의 주인공인 배우 김혜윤.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살목지'의 주인공인 배우 김혜윤. / 사진제공=쇼박스
올해 서른이 된 김혜윤. "29살과 30살의 차이는 몸으로 먼저 오더라. 감기가 빨리 안 낫고 몇 분이면 없어지던 베개 자국이 몇 시간씩 가기도 한다"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배우로서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풀어놨다. 그는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스스로도 갖고 있다"며 "10년, 20년 뒤에 돌아봤을 때 '내가 성장했구나' 느낄 수 있도록 매 작품 차곡차곡 시도하고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역할을 묻자 "뭘 꼽기가 어렵다. 나는 내 엉뚱한 모습도 궁금하다. 내가 가진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라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고 열정을 내비쳤다.

김혜윤은 예비 관객들에게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같이 소리 지르며 공포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놀라는 모습을 보며 서로 깔깔 거리고 웃었던 게 재밌었다. 극장에 와서 다른 관객들과도 감정을 소통하며 본다면 감정적 시너지가 더 있을 것"이라고 관람을 부탁했다.

스스로 매긴 공포 지수는 9.5점. 그는 "0.5점을 뺀 이유는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하면 무서워하는 분들은 망설이실 수 있기 때문이다. 0.5점을 믿고 무서워하는 분들도 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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