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장항준 이전에 1억7000만 배우 유해진 있었다…'왕의남자'부터 '파묘'까지 [TEN스타필드]
입력 2026.03.21 05:09수정 2026.03.21 05:09
유해진이 손 인사를 하며 미소 짓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김지원의 콘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시대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배우 유해진이 다시 한 번 대기록을 썼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천만 영화에 등극하면서, 유해진은 5편의 천만영화를 가진 '5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게다가 유해진은 '누적 관객 동원 1위'의 기록도 갖고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를 합치면 무려 1억 7000만 명이 넘는다.
유해진도 흥행에 실패했을 때가 있다. 출연작마다 100% 흥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작품마다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스크린 속 그가 등장하는 순간, 허구의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는 것. 리얼한 연기가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5천만 배우' 유해진의 찬란한 천만 필모그래를 다시 살펴봤다.
'왕의 남자' 포스터. /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왕의 남자'(2005), 천만 신화의 서막을 열다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유해진의 첫 번째 천만 영화이자, '배우 유해진'의 존재감을 대중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한 작품이다. '왕의 남자'에서 유해진은 광대 무리의 맏형 육갑 역을 맡아 극의 활력을 책임졌다. 권력 속에 희생된 광대를 통해 시대를 풍자한 '왕의 남자'.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비극 속에서 유해진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숨통을 틔워주고, 기구한 광대의 애환을 서글픈 눈빛으로 그려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며 천만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베테랑'의 한 장면. / 사진제공=CJ ENM '베테랑'(2015), 악의 충실한 심복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영화. 유해진은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 분)의 심복인 최대웅 상무 역을 맡았다. 유해진은 과장된 악당이 아닌, 계산적인 인물로 풀어내며 캐릭터의 냉정함을 표현하고 현실감을 더했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표정과 말투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특히 '악 그 자체'인 개성 강한 캐릭터 조태오와 다르게 뒤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판을 움직이는 현실형 서브 빌런으로, 작품 속 '악의 측면'이 과열되지 않도록 하며 선악의 균형감을 이루게 했다.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 사진제공=쇼박스 '택시운전사'(2017), 따뜻한 인간미로 끌어낸 정서적 공감 | 넷플릭스, 티빙5.18 민주화운동의 실화를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유해진은 광주의 택시기사 황태술로 분해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황태술은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갈 곳 없는 외지인 만섭(송강호 분)과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숭고한 시민 의식과 따뜻한 인류애를 보여줬다. 유해진 특유의 소박하고 서글서글한 연기는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 속에서도 잃지 않은 광주 시민들의 온기를 대변하며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만섭이 무사히 광주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끝까지 길을 터주던 그의 모습은 영화의 뭉클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파묘'의 한 장면.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2024), 초자연적 공포에 현실감 첨가 |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지관과 풍수사, 장의사 등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유해진은 장의사 영근 역을 맡아 자칫 붕 뜰 수 있는 판타지적 장르에 현실적인 시선과 리액션을 입혔다. 그의 존재는 영화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동시에 관객들이 초자연적 현상을 현실의 영역에서 받아들이게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했다.
'왕과 사는 남자'의 한 장면. / 사진제공=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2026), 역사책 찢고 나온 연기 | 극장 상영 중1400만 명을 돌파한 이 작품에서 유해진은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엄흥도는 극 중 유배 온 단종을 모시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인물이다. 엄흥도는 권력에서 밀려나 유배지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던 단종에게 복귀 의지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유해진은 극 중 왕을 지키려는 자들과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 사이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특유의 유연한 연기로 서사의 완급을 조절하고, 극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었다.
유해진은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는 장르 흡수력을 지닌 배우다. 코미디부터 범죄, 오컬트, 시대극까지 그가 발을 들이는 세계관은 현실과 맞닿는다. 억지스럽지 않고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유해진의 특기다. 관객이 이야기를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비결이다.
유해진은 이야기에 현실감을 입히고 서사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배우다. 1억 7000만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는 유해진이 대체불가한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