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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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명량'도 넘보는 장항준, 1200만 관객 돌파 속 '호사다마' 기억해야 할 때 [TEN스타필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흥행의 정점에서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장항준 감독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만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과거의 가벼운 농담들이 '말의 무게'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장 감독은 이른바 '경거망동 발언'으로 불거진 자잘한 잡음들을 특유의 재치로 넘기며 '천만 감독'으로서 한층 신중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파격적인 천만 공약이었다. 장 감독은 '개명, 성형, 귀화'라는 사실상 실행이 쉽지 않은 공약을 내걸었는데, 영화가 실제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농담처럼 던졌던 발언이 '유쾌한 조롱거리'이자 약속 이행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21년 장 감독이 한 방송에서 언급했던 발언도 다시 주목받았다. 아내 김은희 작가와의 일화를 전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장 감독은 "결혼 전날 밤 와이프에게 '우리 각자 인생을 정리해 보자. 지금까지 몇 명과 잤는지 세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이기니까 기분이 좋더라"고 덧붙였다. 19금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에피소드였지만, 부부 사이의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이 다소 거북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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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진행된 천만 기념 커피차 이벤트에서는 푸른빛으로 머리를 염색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개명이나 성형을 그대로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외형의 변화를 통해 공약을 유쾌하게 환기한 셈이다. 위기를 장항준식 유머로 승화시킨 장면이었다.

장 감독 역시 이번 흥행이 가져온 무게를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뉴스에서 그는 "(이번 흥행이) 저 개인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이러다가 안 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SBS '뉴스헌터스'에서도 "가족들끼리도 호사다마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뭔가 온다. 그게 치명적인 것만 아니면 좋겠다"며 "와이프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 / 사진=텐아시아DB
김은희 작가 / 사진=텐아시아DB
가족들도 장 감독의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와이프(김은희 작가)가 어디 가서든 겸손하게 하고, 말 조심하고,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과거 행보가 미화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예전 이야기까지 다 파묘되고 있더라. 미화되는 것이 부담스럽다. 자수성가의 아이콘처럼 보이는 것도 부담스럽고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허세 없고 다소 밉상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조차 밉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장 감독의 매력이다. 다만 대중의 사랑으로 세운 1200만이라는 기록은 그만큼의 무게를 동반한다.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커진 만큼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태도 역시 거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특유의 넉살로 대중을 즐겁게 해온 장항준 감독이 이번 '호사다마'를 계기로 재치는 유지하되, 때와 장소에 맞는 조심성까지 갖춘 '영리한 입담'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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