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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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넘버원'으로 관객과 만난 배우 장혜진은 설 연휴 개봉을 앞둔 소감부터 최우식과의 재회, 그리고 한때 연기를 내려놓았던 과거까지 담담하게 풀어냈다. 영화 '기생충' 이후 최우식과 다시 모자로 호흡을 맞춘 그는, 배우로서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되짚어봤다.

영화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장혜진은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점점 멀어져가는 아들이 서운한 엄마 '은실' 역을 맡았다.

장혜진은 설 연휴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영화는 관객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늘 떨린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반응이 재깍재깍 오니까 관객분들이 어떤 반응을 해주실지 계속 긴장된다"며 "설날에 여러 영화가 동시에 개봉하다 보니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또 우리 영화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넘버원'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혜진은 "명절이니까 가족들끼리 나들이 삼아 보기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3대가 함께 봐도 괜찮은, 세대를 아울러 크게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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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방에서 올라온 분들이 서울의 시멘트 냄새에 지쳐갈 때 가장 떠오르는 게 결국 엄마의 집밥 아니겠나"라며 "촬영하면서도 그런 따뜻함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엄마의 집밥이라는 '치트키'를 쓰긴 했지만, 치트키인 데는 이유가 있더라. 우리는 엄마 없이 태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라며 "엄마와의 관계가 좋든, 그렇지 않든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마음의 크기는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명절에 관객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혜진은 "(최)우식이가 먼저 캐스팅돼 있었고, 그 뒤에 제가 합류하게 됐다"며 "솔직히 우식이와 다시 모자 연기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워낙 강하게 각인돼 있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그 이야기를 하시지 않나.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염려도 있을 거고, 기대도 있을 텐데 그걸 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촬영에 들어서며 생각은 달라졌다고 했다. 장혜진은 "기생충 때도 우식이와 친하게 지냈지만, 이번에 '넘버원' 모자로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더라"며 "우식이도 그렇고 저도 각자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다시 만나도 '기생충'은 기생충대로, '넘버원'은 넘버원대로 펼쳐질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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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에 대한 고마움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장혜진은 "그때는 제가 회사도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닐 때였는데, 집이 가까워서 우식이가 저를 데려다주곤 했다"며 "그때부터 저를 '어머니' 라고 부르고, 허그도 많이 하고 그랬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이어 "제 생일에는 우식이가 수육 같은 걸 사 와서 직접 차려주기도 했다. 저는 받은 것에 비해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그는 "이번에는 제가 더 잘 챙겨줘야지 마음먹었는데, 이번에도 우식이가 오히려 더 잘 챙겨줬다"며 "제가 옆에서 할 수 있었던 건 응원 정도였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연기자로서 바라본 최우식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장혜진은 "예능을 많이 해서 대중이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제가 아는 우식이가 다르긴 하다. 제가 아는 우식이는 항상 예의 바르고 자기 할 일을 정말 잘하는 배우"라며 "생각을 충분히 한 뒤 말을 해서 언어 전달도 정확하고, 연기도 쉽게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기의 흐름을 다 계산하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굉장히 유려하다. 함께 연기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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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혜진은 한때 연기를 완전히 내려놓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만둘 때는 연기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만뒀다"며 "연기가 제 깜냥이 아니라고 느꼈고, 어디를 가도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연기는 힘을 주면 매력이 떨어지는 건데, 저는 자꾸 힘이 들어가더라"며 "왜 나는 캐스팅이 안 될까, 왜 계속 실패할까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점점 재미가 사라졌고,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러다가는 정말 위험해지겠다는 생각에 연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으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연기와는 거리를 둔 채 지내왔다. 그러다 영화 '밀양 (감독 이창동)'이 전환점이 됐다. 장혜진은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이 오디션을 보라고 하더라"며 "그래도 된 거니까 해보자고 갔는데, 현장에 서자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신났고, '이렇게 신나는 걸 왜 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했을까' 싶더라"고 회상했다.

영화 '넘버원'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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