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콤 제공
사진=에이콤 제공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작품은 핵심 장면들로 구성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또렷하게 보여줬고, 연출 역시 숨은 의미가 드러나는 순간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각 넘버는 배우들의 감정선과 서정적인 분위기를 놓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흐름을 이끌었다. "오는 8월 브로드웨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연출가의 말이 공연이 끝난 후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뮤지컬 '몽유도원'(연출 윤호진)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백제의 왕 여경(개로왕)은 꿈에서 본 여인 아랑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아랑은 목지국의 지도자 도미와 이미 혼인한 사이다. 어느날, 여경은 도미가 잘못 쏜 활에 맞아 우연히 아랑을 만나게 되고, 이후부터 여경의 소유욕이 시작된다. 아랑을 향한 여경의 갈망은 점점 분노로 변해 끝내 도미의 두 눈을 멀게 한다. 자신을 향한 여경의 광기 어린 집착에 아랑은 결국 얼굴에 스스로 상처를 내기로 결심한다.
사진=에이콤 제공
사진=에이콤 제공
작품은 무대·영상·군무·음악·연기가 고르게 맞물렸다. 시대적 배경이 되는 목지국은 무대 가장 편의 스크린에 펼쳐졌다. 낮도 됐다가 밤도 되고, 해도 떴다가 노을도 지면서 설화 속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표현됐다. 여경의 주요 등장 장소인 궁궐도 한국의 미학을 보여줌과 동시에 마치 음악 방송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조명과 만나 여경의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도미와 여경이 바둑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두 사람의 게임은 흰 옷과 검은 옷을 각각 나눠 입은 10여 명의 앙상블이 풀어냈다. 이들은 갈팡질팡하는 안무로 두 사람의 접전을 표현했다. 특히 승자가 포효할 때 앙상블들의 옷이 순식간에 하나의 색으로 통일돼 연출의 놀라움을 선사했다.

'데스노트', '보니 앤 클라이드' 등 굵직한 작품을 도맡는 김문정 음악감독 단원들은 120분 동안 관객들의 집중력을 유지시켰다. 120분간 멈추지 않은 연주는 도미와 아랑이 혼인하는 주요 장면은 물론, 잔잔한 대사가 흘러갈 때마저도 이어져 관객들의 몰입을 일관성 있게 이끌었다. 또 한국 고유의 선율과 서양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결합해 풍성함을 더했고, 국악기에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만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통 의상 한복도 관객들이 작품 속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일조했다. 달을 섬기는 제사장 비아가 하늘에 제를 올리는 장면부터 신하들이 여경의 집착을 우려하는 장면 등 거의 모든 연출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한복이 보여졌다. 여기에 분위기와 어울리는 넘버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극은 마치 실제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성악과 판소리를 오가는 주연 배우들의 활약은 기본, 조연 배우들까지 실력파로 구성됐다. 여경의 충신 향실 역의 서영주 배우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뛰어난 사극톤으로 캐릭터와 일체된 면모를 보였다. 안방에 얼굴을 자주 비췄던 개그맨 김진수는 궐 안의 신하로 변신, 근엄한 연기로 궁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잡았다.
사진=에이콤 제공
사진=에이콤 제공
6일 오후 5시 기준, 관객들의 평점은 9.8점으로 상당히 높다. 개막을 앞두고 윤 연출가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무대를 목표로 했다"며 "2028년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유도원'은 오는 8월 뉴욕 링컨 센터 데이비드 코크 극장에서 해외 관객들과 만난다. 초연부터 호평을 얻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한국적 정서가 외국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몽유도원'은 오는 22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오는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는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