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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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에 선 '최약체'는 불안감을 헤치고 '히어로'로 거듭났다. 뮤지컬과 아이스쇼를 결합한 실험적인 뮤지컬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 무대에 선 이호원의 이야기다. 스케이팅부터 와이어 액션까지 이호원은 '첫 도전'들을 하나씩 성취해 나갔다. 한때 연기 공백도 있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조금씩 현재와 미래를 채워가며 성장해가고 있는 이호원이다.

최근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사옥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 공연을 마친 이호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스 퍼포먼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내건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는 최약체 헌터였던 주인공 성진우가 죽음의 문턱에서 각성한 뒤, 홀로 성장하는 능력을 얻으며 점차 강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이호원은 주인공 성진우를 연기했다.

이호원이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심한 건 자신의 연간 목표와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목표 중 하나가 '여러 스포츠 섭렵해보기'였다는 그는 이번 작품이 스케이팅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도전정신이 생겼다. 이호원은 "스케이트 아이스쇼라는 말을 듣고 흥미가 생겼다. 제가 스케이트를 탈 줄 몰랐기 때문에 그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스링크장에서 하는 뮤지컬이라는 게 생소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라이브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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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춤꾼'으로 유명한 만큼 몸 쓰는 것엔 자신 있는 이호원. 하지만 스케이트 초보자에게 실시간으로 빙판 위에서 이뤄지는 공연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이호원은 "맨몸 운동은 잘하는 편인데, 뭔가 타는 걸 잘 못한다. 스케이트나 보드 같은 건 물론이고, 심지어 운전도 잘 못한다"라며 걱정했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생각을 스스로 좀 깼다"면서 "선수 출신 배우들도 제가 빠르게 배운다고 신기해했다"고 전했다. 또한 "스키, 보드도 딱 한 번 배워보고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포기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볼까 생각 중이다"라며 변화된 모습에 대해 말했다.

이호원은 스케이팅뿐만 아니라 와이어 액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도전했다. 이호원은 극한 긴장감에 "리허설 전 2주 동안 악몽도 꿨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챗지피티에 와이어를 탔을 때 떨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검색해 보기도 했다.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더라"면서 "챗지피티는 유료 구독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결국엔 극복해냈다. 막상 무대에 오르자 이호원은 "와이어를 타며 노래도 했는데, 연기에 집중하니 신기하게도 하나도 안 무서웠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민영화사 MIN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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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는 이호원이 출연했던 영화 '탄생'(2022)이 3부작 드라마로 재구성돼 '청년 김대건'이라는 제목으로 tvN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삶을 따라가지만, 특정 종교의 교리를 설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작품은 아니다. 조선 말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떻게 책임을 지고 살아갔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특히, 지난달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의 특별 출연작('노량: 죽음의 바다')를 제외하면 안성기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이호원은 세상을 떠난 안성기와 연기 호흡을 맞췄던 때를 회상하며 깊은 존경심과 추모의 마음을 표했다. 이호원은 안성기와의 촬영을 "영광 그 자체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선배님의 성품에 반했다"며 "나도 저런 어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선배님을 뵐 때마다 온화한 분이라는 걸 느꼈다. 후배들과 꼭 연기에 관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는데, 마치 아버지처럼 미소 지으며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다"고 기억했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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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원이 연기자로서 주목받은 계기는 2012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해서다. 그는 맛깔나는 부산 사투리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리얼리티를 높였다. 작품도 크게 흥행했다. 연기자로서 안정적인 출발점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하지만 대중의 기대보다 연기 활동은 뜸했고, 시간은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그간 연기자로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응답하라 1997'만큼의 임팩트를 대중에게 주진 못했다.

이호원은 "'응답하라' 이후 왜 바로 연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며 "회사 미팅을 하거나 관계자들을 만나도 그 질문을 꼭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드라마 종영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다시 연기에 나섰다. 그 이유에 대해 이호원은 "결국 그때는 가수에 대한 욕심이 훨씬 컸다"며 "연기가 잘됐다고 해서 바로 배우로서 달려가야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도 '그때 했어야 했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호원은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도 흥행 성적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작품을 더 많이 할지보다 내가 잘해서 작품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연이냐 조연이냐'를 떠나서, 작품에 피해를 주지 않고 완성도에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호원은 특히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줬다. 그는 "하루에 영화 한 편은 보려고 한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제가 3형제인데, 엄마가 저를 가지셨을 때 임신한 몸으로 형을 업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고 하셨다. 그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신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영화관 차려주겠다'고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앞으로 나올 자신의 출연 영화도 2편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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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로 알려진 가수나 댄서로서 이호원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앨범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는 잠시 멈춘 상태다. 더 많은 이들에게 앨범을 알릴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돌로 활동하던 시절이 그립진 않냐는 물음에 "안 그립지는 않다. 그렇다고 너무 그립지도 않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골목에서 축구하던 추억 같은 게 그리울 때가 있잖나. 비슷한 마음이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배우로서는 아직도 신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이호원.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 외에 또 다른 올해 목표도 있냐는 물음에는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지금보다 실력을 높이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영어 실력은 원어민과 대화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 이호원은 "사실 제 영어 선생님은 네 분이 있다. 선생님들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데, 이걸 보면 알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30대 중반이 된 만큼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로망은 없을까. 이호원은 "혼자 산 지 11년이 되다 보니 지금 이 생활에 적응한 것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결혼해서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 마음이 커지고 있다. 신기하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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