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은퇴 선언, 법조·정치계까지 시끌…"과거일 뿐" vs "옹호할 일 아냐" 갑론을박 [TEN스타필드]
입력 2025.12.08 17:00수정 2025.12.08 17:09
사진=텐아시아DB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가 흥미로운 방송계 이슈를 한끗 다르게, 물 흐르듯 술술 읽히도록 풀어냅니다.
배우 조진웅이 고교 시절 소년범 전력을 인정하며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연예계를 넘어 법조계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재단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과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반론이 부닥치는 상황이다.
사진=텐아시아DB
지난 5일 한 매체는 조진웅이 고교 시절 중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송치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진웅이 고교 시절 또래와 함께 정차된 차량을 절도하고, 성폭행 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조진웅은 6일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저는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조진웅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소년법의 목적은 처벌보다 교화에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한 사람을 너무 과도하게 생매장하는 거 아니냐"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대중을 속이고 활동해 온 그를 감싸는 건 제정신이 아니다", "법적 처벌이 끝났다고 도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등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진=한인섭, 박경신 교수 SNS
논쟁은 법조계로도 번졌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자신의 SNS에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청소년 범죄는 교육과 개선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조진웅은) 지금도 어둠 속을 헤매는 청소년에게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며 조진웅을 옹호했다. 그는 "수십 년 전 과거사를 끄집어내 현재의 성과를 생매장하려 든다면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연예인이 아니라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날 SNS에 장문의 반박 글을 올렸다. 박 교수는 한 교수의 '생매장'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해당 보도는 조진웅의 과거의 잘못을 물어 다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을 밝혀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전두환과 노태우가 법에 따른 처벌(무기징역 후 사면)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들은 그들의 내란 및 학살이라는 과거를 근거로 그들을 비판할 수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진=박범계, 이준석 의원 SNS
정치권에서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가 숨긴 어릴 때 과거는 그가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기억이었을까. 대중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며 조진웅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잣대가 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조진웅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해당 사안을 정치색 논쟁으로까지 연결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이 되는 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사칭, 폭행과 집기파손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조진웅 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됐으니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배우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냐'며 진영 논리를 끌어와 조진웅 씨를 '상대 진영의 음모'에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저는 연기자에게 절대적 도덕 기준을 높게 두지 않아서 조진웅 씨 건에 특별한 생각이 없다. 다만 국가의 영수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상대적으로는 찝찝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웅의 은퇴 선언은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의 오래된 과거를 어디까지 문제 삼아야 하는지를 둘러싼 의견 충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