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MBC 전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사진=오요안나 SNS 캡처
고인이 된 MBC 전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사진=오요안나 SNS 캡처
고(故)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27일 간의 단식 농성을 마치고 MBC와 합의했다. MBC는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명예 사원증을 전달, 유족과 합의안에 서명했다. 장연미 씨는 "MBC가 합의한 내용을 잘 지키는지 하늘에 있는 요안나와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15일 서울 마포구 MBC 방송센터 골든마우스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리에는 안형준 MBC 사장과 오요안나 유족이 참석했다. MBC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MBC 소속 기상캐스터 4명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종합] 故 오요안나 모친, 27일 단식 끝에 MBC와 합의했다…"아무런 책임 지지 않는 MBC에 분노"
이날 안형준 사장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며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기도 하다. MBC는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오요안나 SNS 캡처
사진=오요안나 SNS 캡처
장연미 씨는 "많은분들의 도움으로 단식 27일 만에 MBC와 합의에 이르게 됐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장 씨는 "요안나는 정말 MBC를 다니고 싶어 했다. 딸이 세상을 떠나는 날, 삶의 이유를 잃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MBC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내가 요구한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은 제2의 요안나가 생기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MBC가 합의한 내용을 잘 지키는지 하늘에 있는 요안나와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오요안나 SNS 캡처
사진=오요안나 SNS 캡처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MBC 경영 본부장은 "(고인을 괴롭힌) 가해자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명확히 가해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는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는 비정규직 기상캐스터 대신 정규직 기상 전문가를 채용해 날씨 보도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영본부장은 "기존에 발표했던 내용과 달라진 점은 없다"며 "앞으로 MBC 뉴스에서 날씨 보도는 기상·기후 전문가가 맡아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기상캐스터들은 계약 기간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활동도 종료된다"고 덧붙였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