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세계의 주인'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윤가은 감독과 배우 서수빈, 장혜진이 참석했다.
'세계의 주인'은 인싸와 관종 사이,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 분)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The World of Love'라는 영제에 대해서는 "제목을 영문으로 바꾸려고 하니 한국어로 '주인'은 뭔가를 소유하려는 사람, 그리고 인물의 이름인데, 영어로 잘 번역이 안 되더라. 한참 고민하다가 영화를 다 만들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인은 살아오면서 사람에게 아주 큰 상처를 받은 친구다. 스스로, 또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회복해 나간다. 로맨틱한 사랑뿐만 아니라 삶에서 다채로운 사랑을 경험하면서 나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주인이 끊임없이 '사랑'을 경험하며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The World of Love'라고 지었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10대 여자아이들이 경험하는 성과 사랑에 대한 리얼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이 테마를 잡았다가 놨다가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쓸 때 제가 생각했던 안은 건강하고 명랑한 친구가 솔직하고 대담하게 성과 사랑을 탐구해가는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서사에 변화가 생기게 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저도 불편하고 들여다보기 어려운 요소들이 글에 침입하게 되더라. 어떻게 보면 도망쳤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용기를 낸 것이라고. 윤 감독은 "마치 전 세계가 셧다운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올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의미 있을까. 이 영화가 내 마지막 영화일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지금이 이걸 붙잡고 거침없이 나아갈 순간인가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만들기보다 이 이야기가 나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 보고 싶었다. 이야기의 모험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경험을 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야기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전했다.

서수빈은 "이 작품으로 감독님을 만나기 전부터 너무나 팬이었다. 처음에 감독님과 미팅한다는 전화를 받고 미팅한다는 소식 이전에 감독님의 신작이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3차 미팅에 대해서는 "다음에 연락 왔을 때는 혜화의 카레 집에 가서 식사하면서 2시간가량 대화 나눴다.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눴다. 식사 끝나고 카페 가서 2시간 정도 대화했다. 그다음에 만났을 때는 대본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믿기지 않았고 지금도 꿈속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윤 감독은 서수빈의 첫인상에 대해 "처음 프로필을 받았을 때는 그렇게 끌리진 않았다. 경력이 전무했다. 평범한 얼굴인데 프로필에서 눈빛이 살아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만나보고 싶었는데, 만나니 솔직하고 자기의 리듬과 호흡대로 천천히 이야기하는 친구였다. 너무나 평범한데, 이상한 활기가 느껴졌다. 이 친구가 궁금했다"고 전했다. 이어 "즉흥 워크숍을 할 때 놀란 게, 긴장되는 자리이고 본인보다 경력 많은 배우들이 와있었는데, 상대 배우와 숨을 같이 쉬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서수빈은 루틴처럼 나오는 연기를 경계했다고. 그는 "현장도 처음이고 연기 연습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너무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데 감독님이 '보여주려고 하지 마라. 진짜 보고 들은 것을 해라'고 하더라. 저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더라. 연습을 많이 해서 자동처럼 루틴처럼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더라. 그걸 안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에 있는 상대 배우를 온전히 느끼려고 하고 감독님 말씀도 잘 들으려고 매 순간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감독님과는 '우리들'로 인연이 돼서 이후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가장 많이 얘기를 나누는 지인이자 친구이자 동료"라고 신뢰를 표했다. 이어 "어느 날 대본을 보냈는데, '마음에 안 들면 안 해도 되지만 내 맘속에 태선은 언니'라고 하더라. 제가 '이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내가 연락을 끊었을 거다'라고 했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윤 감독과 진작부터 인연을 맺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기에 방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태선이처럼 보이고 싶었다. 평상시 모습을 내려놓고 연기가 아닌 것처럼 연기하고 싶었다. 제가 부족해서 잘 와닿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를 살고 있다는 데 방점을 뒀다. 오늘의 태선이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오늘의 태선이는 주인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오늘을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장혜진 캐스팅 과정에 대해 "머릿속에는 이미 캐스팅된 상태로 시나리오를 쓴 게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미 넘사벽 월드클래스 배우인데, 바쁜 와중에 미안해할까 봐 거절해도 된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압박을 한 것 같은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세계의 주인'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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