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이혼한 다니엘이 유모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전처 미란다의 집으로 들어가 세 자녀를 돌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이 작품은 천만 관객의 주인공 배우 황정민이 10년 만에 서는 뮤지컬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황정민은 '철부지 아빠' 다니엘로 변신한다. 그는 시작부터 아들의 생일 파티 준비에 신이 나 넓은 무대를 뛰어다니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었던 천진난만함을 보인다. 스크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속사포 랩도 한다.
다니엘의 직업은 애니메이션을 더빙하는 성우다. 해고당한 그가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읊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황정민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서울의 봄' 속 대사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를 외쳐 관객들과의 거리 좁히기에도 성공했다.


혼자만의 열연은 계속됐다. 다니엘은 한 할아버지가 진행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스태프로 취직하게 되면서 미화원이 됐다. 또 미란다 회사의 패션쇼에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참가, 운동복과 레깅스를 결합한 의상을 착용한 채 런웨이에까지 섰다.
실수와 아쉬움도 나왔다. 방송이 끝나 텅 빈 어린이 프로그램 녹화장을 청소하던 다니엘은 비어 있는 기계를 만지며 진행자로서의 잠재력을 뽐냈다. 그 과정에서 배우가 두 차례 실수를 했고, 이후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스페인어 노래는 해석이 불가능해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세트장은 먼 거리에서도 세심함이 느껴질 정도로 정교했다. 대사도 8세 이상 관람 가능한 '가족 뮤지컬'답게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 위주였다. 그러다 보니 극의 진행이 너무 더뎠다. 미란다를 두고 다니엘과 스튜어트가 기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포함, 의미 없는 넘버와 대사들은 피로도 높였다. 여기에 난무한 애드리브로 인해 다니엘의 서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진지한 넘버에서는 오히려 극의 몰입도가 낮아졌다. 공연 시간은 쉬는 시간을 빼도 2시간이 훌쩍 넘는다.
결국 교훈보다는 '재미'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복수의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재미있었다", "많이 웃고 간다"라는 말들만 남겼다. 그리고 "황정민의 팔색조 매력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스크린이 아닌 실물로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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