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의 1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평균 5.9%, 최고 7.1%, 수도권 가구 평균 5.7%, 최고 7.1%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2025년 tvN 토일드라마 중 첫 방송 시청률 1위에 올랐다.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전국 평균 1.8%, 최고 2.4%로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극을 이끈 두 청춘 배우의 폭풍 연기력은 호평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이준호는 자유를 만끽하는 90년대 청춘 '강태풍'으로 분해 눈빛과 말투, 심지어는 노래와 춤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도 디테일한 연기로 시대의 온도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IMF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상반된 감정선을 오가는 유려한 연기 변주로 집중도를 높였다.
두 동생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돌보며 씩씩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K-장녀 '오미선'으로 분한 김민하 역시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90년대 직장인의 단단한 생존력과 따뜻한 온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곡 '나는 문제없어'로 시작된 오프닝은 을지로 중소기업 태풍상사의 하루를 비추며 1997년의 공기를 깨웠다. "아시아의 용, 한강의 기적"의 중심에서 26년째 서로의 손을 맞잡고 버텨온 10여명의 직원들, 사장 강진영(성동일)부터 경리 오미선(김민하), 영업부 과장 고마진(이창훈), 총무부 차장 차 선택(김재화), 경영부 이사 구명관(김송일), 물류부 대리 배송중(이상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은 "일의 보람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와 이웃, 그리고 나라가 잘 사는 것"이라 말하며 IMF 전야의 직장인들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취업은 안 하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들에 냉랭해진 진영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자신이 왜 싸웠는지 이유조차 묻지 않고 혼부터 내는 아버지에게 태풍은 더 큰 반항으로 맞섰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손찌검까지 떨어진 그날, 서로를 향한 상처와 오해만이 남았다. 이처럼 비록 부자 관계는 삐걱거렸지만, 그들 사이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애정이 분명 존재했다.
'꽃'이라는 꿈을 가진 태풍은 밤마다 온실에서 직접 접목한 국산 장미 1호를 돌보며, 언젠가 아버지에게도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었다. 무엇보다 매일 아버지의 구두를 정성스레 닦아 현관에 가지런히 놓아뒀다. 진영은 그런 구두에 구정물이라도 묻으면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아냈다. 표현에는 서툴러도 서로를 깊이 아끼는 이들 부자의 온기는 그렇게 묵묵히 이어졌다.

태풍은 그런 아버지의 병상을 밤낮으로 지켰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순간에 함께 있지 못했다. 도주한 윤성이 현준에게 붙잡혀 왔다는 친구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운 사이, 병실엔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온 것.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태풍이 마주한 건, 흰 천에 덮인 아버지였다.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얼어붙은 듯 굳어버린 태풍의 눈빛은 충격과 후회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울림을 남겼다. 그때, 병원 TV에선 "정부가 국제통화기구(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사실상 국가부도를 인정한 것"이라는 뼈아픈 속보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IMF라는 격랑의 시대가 몰아치며, 태풍의 인생은 단숨에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그야말로 '폭풍의 계절'의 시작이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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