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염혜란이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디테일이 살아 있던 작업 현장을 이같이 회상했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제지회사에 근무한 만수(이병헌 분)가 갑작스레 해고당한 후 재취업을 모색하다 '경쟁자 제거'를 선택하는 얘기. 염혜란은 실직한 후 무기력해진 남편 범모(이성민 분)의 모습이 못마땅한 아내 아라 역을 맡았다. 염혜란은 이번 영화를 "귀한 작업이었다"고 돌아왔다. 그 이유는 "대본 초고, 수정된 대본, 최종 대본에 콘티, 촬영, 완성본까지 과정을 다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게다가 첫 장면부터 고비가 왔다. 염혜란은 뱀 공포증이 있는데, 산에서 뱀을 마주한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전 뱀에 대한 공포가 심해요. 그림을 보는 것도 힘들어할 정도죠. 그런데 어이없게도 첫 장면부터 뱀이 나오더라고요. '너무 죄송한데 제가 뱀을 무서워한다'고 했더니 감독님도 뱀인지 벌레인지 공포가 있다며 'CG할 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하고 들어갔어요. 하하."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나한테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하면서 보니 '없던 게 아니네' 싶었죠. 팜므파탈의 면모, 섹시한 모습, 욕망 있는 모습 등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나 왜 없다고 생각했지? 있었잖아' 싶더라고요. 사놓고 안 꺼냈던 야한 옷을 꺼내 본 느낌이에요. 안 입으려고 산 건 아니잖아요. 제 옷장에 있던 옷이죠. 그런 걸 발견하고 느꼈다는 점에서 소중한 작업이었어요."

"지금이 전성기, 대세라는 말을 해주십니다. 행복한데 그걸 모를 때가 정말 행복할 때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나태주 시인님의 문구에서 따온 말이죠. 기가 막힌 구절입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라는 걸 제가 진짜로 아는 건 나중일 것 같아요. 전성기, 대세도 얼마 안 남았을 거 같아요. 몇 년 후 '최고 행복했던 때는 그때였네' 그럴 것 같아요.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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