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네일아트도 작품하면서 처음 해봤어요. 분장 선생님이 같이 가서 네일아트 하자고 하길래, '네일아트 정도는 제가 혼자 집 앞에서 하겠다'고 했죠. 보내준 예시 사진대로 네일아트숍에 가서 했더니 '왜 손톱 연장을 안 했냐'고 그러더라고요. '연장이 뭐예요?'고 그랬죠. 손톱 연장이라는 걸 몰랐어요. 하하. 하루 만에 다 지우고 다시 했죠."

배우 염혜란이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디테일이 살아 있던 작업 현장을 이같이 회상했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제지회사에 근무한 만수(이병헌 분)가 갑작스레 해고당한 후 재취업을 모색하다 '경쟁자 제거'를 선택하는 얘기. 염혜란은 실직한 후 무기력해진 남편 범모(이성민 분)의 모습이 못마땅한 아내 아라 역을 맡았다. 염혜란은 이번 영화를 "귀한 작업이었다"고 돌아왔다. 그 이유는 "대본 초고, 수정된 대본, 최종 대본에 콘티, 촬영, 완성본까지 과정을 다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모호필름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모호필름
염혜란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건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컸다. 하지만 "박 감독님을 좋아했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다. 전 잔인한 걸 못 보는데, 감독님 전매특허처럼 잔인한 장면이 나오잖나.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하는 작품이었다"며 준비 단계 때의 고민을 털어놨다.

게다가 첫 장면부터 고비가 왔다. 염혜란은 뱀 공포증이 있는데, 산에서 뱀을 마주한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전 뱀에 대한 공포가 심해요. 그림을 보는 것도 힘들어할 정도죠. 그런데 어이없게도 첫 장면부터 뱀이 나오더라고요. '너무 죄송한데 제가 뱀을 무서워한다'고 했더니 감독님도 뱀인지 벌레인지 공포가 있다며 'CG할 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하고 들어갔어요. 하하."
염혜란 / 사진제공=CJ ENM
염혜란 / 사진제공=CJ ENM
염혜란에 따르면 아라 캐릭터와 관련해 시나리오에는 "관능적인 홍조, 아름다운 여인과 같은 지문이 있었다"고 한다. 박 감독이 염혜란을 캐스팅한 건 한 시상식에서 본 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염혜란은 그날을 기억하며 "편안하게 가려다가 숍 들러 꾸며서 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작품에) 내가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기와는 결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배우 염혜란'에게 어떤 것을 남겼느냐는 물음에는 "섹시함?"이라고 답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나한테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하면서 보니 '없던 게 아니네' 싶었죠. 팜므파탈의 면모, 섹시한 모습, 욕망 있는 모습 등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나 왜 없다고 생각했지? 있었잖아' 싶더라고요. 사놓고 안 꺼냈던 야한 옷을 꺼내 본 느낌이에요. 안 입으려고 산 건 아니잖아요. 제 옷장에 있던 옷이죠. 그런 걸 발견하고 느꼈다는 점에서 소중한 작업이었어요."
염혜란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염혜란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연극 배우 시절을 거친 염혜란은 '동백꽃 필 무렵', '마스크걸', '더 글로리', '폭싹 속았수다', 그리고 '어쩔수가없다'까지 대중적, 상업적 작품에서도 흥행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염혜란이 '대세',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는 "생각해보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지점에 와있는 거 같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구나' 싶다"면서도 "대세는 유행이다. 유행은 없어지는 거다. 돌아올 순 있어도 없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이 전성기, 대세라는 말을 해주십니다. 행복한데 그걸 모를 때가 정말 행복할 때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나태주 시인님의 문구에서 따온 말이죠. 기가 막힌 구절입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라는 걸 제가 진짜로 아는 건 나중일 것 같아요. 전성기, 대세도 얼마 안 남았을 거 같아요. 몇 년 후 '최고 행복했던 때는 그때였네' 그럴 것 같아요.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