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연출 김상호/극본 양희승·김보람) 5회는 서종희(신예은 분)가 한재필(허남준 분)에게 안내양이란 정체를 들킨 후폭풍으로 문을 열었다.
아침부터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식당 반찬까지 마음에 들고 햇살과 바람도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마냥 운수가 대통일 것 같았던 그날 서종희는 버스를 기다리던 한재필과 딱 마주쳤다.
하필이면 '진짜 나'를 고백하려 했던 날의 하루 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재필로부터 도망친 순간 서종희의 운수 좋은 날은, 이날 방송의 부제처럼 '괜찮지 않은 날'이 됐다. 서종희는 고영례(김다미 분)에게 "사는 게 술보다 쓴 것 같다"며 쓰디쓴 현실을 삼켰다.
달밤에 줄넘기를 하며 고민하던 한재필은 아침 일찍 청아운수를 찾았다. 그리고 서종희에게 무슨 일을 하든 학생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변치 않은 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서종희는 다신 찾아오지 말라며 돌아섰다. 한재필을 붙잡은 건 고영례였다. 미팅에 나가게 된 자초지종과 처음부터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는 속사정을 대신 설명하며 서종희와 한재필의 관계를 풀어주려 애썼다.
그럼에도 종희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그녀를 집요하게 뒤쫓던 폭력 오빠 서종남(정재광 분)이 서종희의 사진을 들이밀며 청아운수에 나타난 것. 서종희보다 그를 먼저 마주친 고영례는 이곳에 자신이 모르는 안내양은 없다는 거짓말로 위기를 넘겼고 패닉에 빠진 종희를 집으로 피신시켰다. 두려움과 자책에 짓눌린 그녀에게 고영례 오빠 고영식(전성우 분)은 무언가를 짐작한듯 무작정 피하고 숨는 게 답은 아니며 겪어야 할 일은 겪어내야 끝난다고 담담히 조언했다. 서종희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기숙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청아운수에 또다시 들이닥친 종남 앞에서 서종희는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번에도 그녀를 구한 건 고영례였다. 1종 면허도 있는 고영례는 종희를 100번 버스에 태우고 도망쳤다. 그 순간 서종남 역시 배달 오토바이를 갈취해 쫓아와 버스를 가로막았다. 서종희는 간신히 뛰쳐나와 도망쳤지만 이내 곧 서종남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그리고 이 처참한 장면을 한재필이 목격하고 말았다. 그는 주저없이 달려들어 서종남과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다함께 경찰서로 연행됐다.
다행히 도박·절도·폭력 전과에 사기로 수배중이었던 서종남이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서종희는 폭력 오빠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건 안도가 아닌 쓰라린 절망이었다. 한재필에게 바닥까지 들켜버린 것 같아 비참했다. 한재필은 제발 내버려두라며 주저 앉아 눈물을 쏟는 서종희에게 걱정되고 신경 쓰인다며 “친구로라도 옆에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고백했다.

자신의 마음을 통해서라도 소리 낼 기회를 주고 싶었던 고영례의 눈앞에 "서종희보다 내가 너 먼저 만났다"며 "널 먼저 좋아했던 것도 나다"라는 고백에 이은 평범한 연인 같은 한재필과의 데이트가 펼쳐졌다. 고영례의 마음에만 허락된 애틋한 상상이었다. 그리고는 단 한 번의 고백조차 허락받지 못한 마음에 "이제 진짜 이 짝사랑을 끝내보려 한다"며 "안녕 내 첫 설렘 잘 가 내 첫사랑"이라며 작별을 고했다.
그러나 평온을 되찾은 듯한 일상이 또다시 뒤집혔다. 배차 문제로 대타 근무에 나간 고영례가 만원 버스를 꽉 채워 승객을 태우는 바람에 문조차 닫지 못하고 위태롭게 매달린 채 버스를 출발시켰다. 같은 시각 서종희는 고영례의 사물함에서 자이언트 수건을 발견했다. 고영례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촉을 발동시킨 그 수건의 '자이언트'가 한재필이 다니는 체육관이란 사실에 고영례의 짝사랑이 누구인지 직감했다. 이어 구급차 좀 불러달라고 다급히 외치는 버스 기사의 목소리, 그리고 쓰러진 안내양의 벗겨진 신발과 피 묻은 양말이 화면을 채웠다. '괜찮지 않은 날'의 충격 엔딩이었다.
임채령 텐아시아 기자 syjj426@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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