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백수 길구 역을 맡은 안보현은 이같이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안보현은 그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의 '빙구미'를 이 작품을 통해 선보이게 됐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와, 선지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이야기. 앞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군검사 도베르만', '재벌X형사', 영화 '베테랑2' 등을 통해 남성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안보현은 이번엔 순수한 매력이 있는 길구를 연기했다. 그는 "여태까지 했던 캐릭터와 달리 강인함, 남성미가 빠진 느낌이어서 이 캐릭터 자체가 제겐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저도 한때는 눈치를 많이 보고 낯도 많이 가렸어요. 어릴 때도 단체 운동이 아닌 개인 운동을 해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고민도 많이 하는 성격이고요. 그런 부분들이 길구와 오버랩돼요. 누구한테 고충을 얘기하지 않고 혼자 삭일 때가 많아요. 그런 실제 제 모습을 길구에게 반영했어요. 남성적인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여러 장르, 여러 직책이 있듯이 여러 캐릭터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잘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도전했죠."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 엄청나서 쭈뼛쭈뼛했어요. 그런데 첫 리딩하고 인사하면서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구나' 했죠. 털털하고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힘이 있었어요. (임윤아가 맡은) 캐릭터가 에너지 넘치기 때문인 면도 있지만, (임윤아의) 실제 성향도 반영된 것 같아요. 당시에 스케줄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싫은 내색을 안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저한테도 좋은 기운을 줬고, 저도 밝은 모습으로 현장에 임할 수 있었어요. 윤아 씨에게 많이 배웠죠."

"최근에 '모태솔로'를 보면서 '길구 같은 친구가 실제로 있네'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길구는 그런 프로그램에도 못 나올 성향이에요. 하지만 안 나올 뿐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모태솔로'는 이동 중에 스태프들도 많이 보고 짤로도 많이 올라와서 보게 됐어요. 저도 '설마설마' 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응원하면서 봤어요."

"정해진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직업군인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운동만 하며 살아온 제가 변호사, 검사 역할도 해보게 됐어요. 이런 게 연기의 큰 재미인 것 같아요. 안보현이라는 프레임을 입혀서 캐릭터를 재창조하는 재미도 있어요. 여태 배우들과는 다른 나만의 스타일로 해볼 수 있잖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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