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시리즈에 이어서 또 액션이다. 연속된 액션물 출연으로 자칫 식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김남길이 '트리거'를 선택한 이유가 뭐였을까.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트리거'의 이도 역을 맡은 김남길을 만났다. 김남길은 이도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긴 파마머리를 한 채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등장부터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하며 넉살 좋은 모습의 '투머치토커'임을 인증했다.

'트리거'는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 김남길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든 경찰 이도로 분했다.

'열혈사제'에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보였던 김남길은 이번 시리즈에선 총을 든 경찰로 변신했다. 그는 "사실 멜로를 하고 싶은데 안 들어오더라. 멜로 자체만으로는 투자가 안 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장르물은 거의 딥해서 다 비슷해 보이지만 '트리거'는 이도의 과거와 서사가 잘 드러나 있어서 선택했다. 캐릭터의 깊이가 있는 걸 해보고 싶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적으로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이 신선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유일한 휴전 국가로 국민의 반이 군대를 다녀오니까 총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많다. 어린 친구들도 게임에서 총을 접하다 보니 총기가 도구로 활용되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연기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김남길은 국내를 대표하는 액션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 그는 같은 장르, 다른 액션을 보여주며 몸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치밀하게 계산했다.

김남길은 "사실 액션 잘한다는 이야기가 부담되기도 한다. 내가 액션 찍으면 스태프들이 와서 '어디 한번 보자~'하는 느낌"이라며 "너무 멋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자제한 부분도 많다. 멋있게 찍으려고 마음먹으면 더 할 수도 있다. 액션을 위한 액션은 안 하려고 한다. 작품을 위한 액션이 아닌 것 같아서. 흘러나오는 멋짐은 어쩔 수 없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더하기도 했다.

다만 촬영하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동반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트리거'는 총기 사건이 메인인 작품이지만 성범죄, 학교 폭력, 태움 등 사회 전반의 이슈를 에피소드로 다뤘기 때문.

김남길은 "찍으면서 전반적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실제론 이것(촬영)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더라. 본청에 있는 경찰분들 얘기 들어보면 뉴스에 안 나와서 그렇지, 더한 사건들이 많다고 했다. 현실이 더 작품 같지 않나. 우리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문백 역을 맡은 김영광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문백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인물이자, 우연한 계기로 이도와 만나 예측할 수 없는 공조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김남길은 "영광이는 기본적으로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말이 없다 뿐이지 막상 옆에서 계속 말을 붙이면 의견을 잘 이야기한다"라며 "사실 문백 역이 잘못 연기하면 일반적인 연기처럼 보인다. 앞뒤가 다른 이중인격자 정도로만 보일 수 있는데 영광이가 그 톤 조절을 잘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영광이가 너무 밝기만 하면 이도도 톤이 뜰 수밖에 없다. 그걸 따라가면 캐릭터가 무너진다. 만약 영광이가 더 하이톤이었으면 캐릭터의 밸런스가 깨졌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나만 묵직하게 나가면 그것도 안 된다. 영광이가 잘 받아줬다"고 덧붙였다.

베테랑인 두 사람은 어디에 앉아있고,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까지 세밀하게 토론했다고. 김남길은 "이 작품이 참 어렵다. 어떤 작품은 아예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것도 있다. 그런데 판타지일수록 역으로 믿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할까 고민했다. 아무래도 자극적인 장면이 많다 보면 그 해석이 희미해질까봐"라며 디테일 장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트리거'의 전반부는 능글맞은 문백이와 따뜻한 이도의 모습을, 후반부에서는 섬뜩한 문백과 정의로운 이도의 모습이 나온다. 특히 김남길은 뒤로 갈수록 슬픔과 결의가 뒤섞인 눈빛과 절제된 동선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강렬한 액션 속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은 '트리거', 김남길은 이번에도 또다시 이름값을 증명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