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딸' 윤경호가 토르 분장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28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좀비딸'에 출연한 배우 윤경호를 만났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 윤경호는 정환(조정석 분)의 좀비딸 훈련에 동참하는 친구이자 약사 동배 역을 맡았다.

윤경호는 동배를 연기하며 "주로 제지를 많이 당했다"는 의외의 사실을 밝혔다. 자신도 모르게 코미디라 웃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 이를 알아차린 감독이 윤경호의 톤을 조절해준 것이었다.

윤경호는 "저도 조정석과 불꽃 튀는 연기를 해보려고 하면, 불꽃이 과했는지 감독님이 저를 좀 많이 눌러주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지향하는 코미디가 무엇인지 물어보며 '제가 지향하는 코미디는 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러니가 발생해서 웃음이 나는 코미디다. 웃기려는 애드리브나 과한 동작을 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감독님은 자신의 생각과 맞다고 하더라.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요구를 하지 않을 테니 그 상황에 맞게끔 해달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어 "하다 보니 제가 몸이 근질거렸나 보다.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렸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내가 자꾸 뭘 하더라. 감독님이 '경호 씨, 얘기가 다르잖아요' 하더라. 제가 몹쓸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다. '경호 씨, 그거 안 하실게요'라고 하더라. 처음엔 웃었는데 반복되니 의기소침해지면서 주눅들었다. '나를 못 믿으시나', '내가 못마땅하시나'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혼자 의기소침해 있으면 눈치 빠른 정석이가 와서는 '좋았다'고 하고, (조)여정이도 와서 '후회 없이 해봐. 편집실에서 쓸 수도 있어'라며 응원해줬다. 현장에서 저는 계속 '안 하실게요'였다. '하자'고 결심해서 하면 감독님은 '안 하실게요'라고 했다. 그렇게 냉탕, 온탕 담금질이 됐다"며 "어느 순간 적응돼서 '이게 나구나' 싶더라. 내가 코미디 장르에 지나친 부담을 느끼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등 이들과 같이 있다는 상황에 내가 무언가 입증하고 싶었나 보다. 감독님은 뚝심 있게 저를 눌러주셨고 저한테는 약이 됐다.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 큰 교훈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감독님에게 얘기한 적 있냐는 물음에 "저는 얘기 안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걸 자꾸 흉내 내더라"고 답했다. 이어 "감독님은 '안 하겠다고 해서 눌러준 거고 안 해도 충분히 재밌다'라며 계속 해명하셨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윤경호는 극 중 정환, 수아(최유리 분) 부녀와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장면이 있다. 이때 토르 코스프레 분장을 한다. 윤경호는 "나름대로 히든카드, 저만의 키"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분장 얘기가 나온 건 할리퀸이었다"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꼭 할리퀸이어야 하나 싶더라. 감독님도 비슷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동배라는 인물이 코스프레할 인물로 할리퀸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지 타당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한테 얘기했다가 토르 얘기가 나온 거다. 누구나 한번 해보고 싶을 인물 같고 동심의 연장선상 같기도 했다. 내가 평소 못 가졌던 근육질 몸매를 가져볼 수도 있었다. 관객들이 토르 코스프레는 재밌게 봐줄 수 있을 거 같았고 리스크가 적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렇게 고퀄로 뽑아줄지는 몰랐다. 분장헤어팀에서 영혼을 갈아서 비싼 가발을 맞춰주셨다. 이게 시골 마을 은봉리에서 나올 수 있는 퀄리티인가 싶어서 의상에서라도 톤다운시키자고 했다. 자세히 보면 신고 있는 신발이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장화"라고 전했다.

윤경호는 "다들 금발, 근육질이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주셨다. 저도 색다른 경험을 했다. 많이 좋아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다"며 관객들 반응을 기대했다.

'좀비딸'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