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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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 50분 내내 영진호라는 캐릭터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품에서 서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에 취재진은 영진호를 이해하지 못했고, 서현우는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84제곱미터'에 출연한 배우 서현우와 만났다. '84제곱미터'는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 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 서현우는 극 중 우성과 함께 층간 소음의 근원지를 찾아 나서는 수상한 윗집 남자 영진호 기자로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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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는 영진호 '기자'라고 나오지만 실제 기자의 모습과는 달랐다. 사이버렉카에 가까웠지만 그러기엔 잔인한 폭력성을 가지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살인까지도 무릅쓰는 영진호였기 때문.

이날 서현우는 영진호에 대해 "과거에 종군 기자였다. 물론 종군 기자라고 표현하기에는 변질된 느낌이 있다. 테러나 전쟁, 전투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영진호의 몸에는 총알을 맞은 자국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 설명 첫 마디부터 취재진은 알쏭달쏭했다. 작품에는 영진호의 과거가 전혀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가 '종군 기자'였다는 사실은 서현우의 입에서 처음 들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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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현우는 "작품에서는 영진호의 과거 이력이 설명돼 있지 않다.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등장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충격을 안겨주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예견을 못 하게끔 만들었다"고 감독의 입장을 대변했다. 서현우의 비하인드 설명에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받은 취재진이었다. 마치 동네 건달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진호가 테러 지역에서 취재했던 종군 기자였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걸 예측하지 못하게 일부러 그의 서사를 잘라냈다는 사실에 캐릭터 관련 질문은 계속됐다.

특히 취재 과정 도중 살인까지 저지른 그의 행위에 취재진이 의아함을 품자 서현우는 "영진호에게는 삶이 전투고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은화(염혜란 분)로 인해서 1년 동안 취재했던 것이 무산되지 않았나. 윗선을 건드려야만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까. 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장부'라고 생각해서 살인까지 저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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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국 영진호는 기자였을까, 기레기였을까. 서현우의 생각은 둘 다 아니었다. 그는 "영진호는 기자도, 기레기도, 사이버 렉카도 아니다. 혼자만의 영웅심리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세계관이 강력하지만 헛된 영웅 심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진호의 목적이 돈은 아니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실시공과 관련한 장부를 손에 넣으면 영웅이 될 수 있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고 바라봤다.

'84제곱미터'에서 인정사정없는 악인으로 변신했던 서현우지만, 극 중 서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영진호 행동의 타당성에 대해 알기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 때문에 인터뷰 역시 영진호의 서사에 대한 꼬리물기 질문으로 이어졌다. 인터뷰 시간 내내 서현우가 온 힘을 다해 영진호의 과거와 가치관을 설명했지만 캐릭터가 워낙 복잡미묘해 취재진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다. 악행에 악행을 거듭하는 소름이 끼치는 열연을 보여주고도 캐릭터의 모호함 탓에 서현우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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