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가 인천 총기 사고와 공교롭게도 공개 시기가 겹쳤다. 권오승 감독은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작품의 내용과 사건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서울 마포동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권오승 감독과 배우 김남길, 김영광, 박훈, 길해연이 참석했다.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다.

권 감독은 작품에 관해 "'트리거'는 총기가 불법인 대한민국에 총이 풀리는 이야기"라며 "상상만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요즘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많지 않나. 한국 사회 역시 대립과 갈등이 많아 사회의 불안함이 큰데 이런 상황을 누군가가 역으로 이용해 총을 나눠준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고 기획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로 범죄를 미화할 순 없다. 각 에피소드가 연결돼 이도(김남길 분)의 목소리로 연결된다. 미화가 아닌 작품의 방향성이 명확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길은 과거 군 스나이퍼로 활약했던 인물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든 경찰 이도로 분한다. 김남길은 "'트리거'에서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보다 절제된 액션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맡은 이도라는 캐릭터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 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왔던 캐릭터다. 그런 이유 때문에 총을 내려놓고, 총이 아니어도 어떤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구할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인물이다. 총이라는 액션이 단순히 누군가를 해하는 것보다는 그런 가치관들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보니 단순하게 과격한 것보다는 절제된 액션을 해왔다. 여태까지 나온 다른 액션보다는 콘셉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자부했다.

김영광은 미스터리 조력자 문백을 연기한다. 내향형인 김영광은 자신과 다른 성향의 인물을 소화한 소감에 대해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하면서 그 극에 E처럼 하는 것이 맞다고 느껴서 조금은 즐겼다"고 했다.

박훈은 조직 보스의 뒤에서 뒷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해결사 구정만 역으로 출연했다. 박훈은 "구정만은 구정물 같았다. 감독님이 그걸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더라. 그런데 이 인물이 총을 만나면서 내제된 인간의 상승욕구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어떤 계층, 보이지 않는 계급의 밑에서 일을 하던 친구가 강력한 힘을 마주하게 됐을 때 이걸 기회라 믿으면서 상승하고 싶어하고 뭔가 바꿔보고 싶다는 상승욕구를 대변한다"라고 소개했다.

오경숙 역의 길해연은 "비정규직 아들이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사망했고,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해달라고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인물이다. '내 얘기 좀 들어줘'라고. 세상을 향해 간절하게 외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도 내 애기를 안 들어줄 때 그 사람한테 총이 온다면 세상을 향해 한 번쯤 자기 얘기를 듣게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트리거'는 공교롭게 지난 20일 발생한 인청 총기 사고와 홍보 및 공개 시기가 겹쳤다. 이에 권 감독은 "안타까운 사건에 마음이 아팠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트리거'와 연계성은 다르게 본다. 사용이나 결과를 보시면 어제 일어났던 일과는 전혀 다른 접근과 다른 방식이 나온다. 가슴 아픈 사고는 사고이고, 작품은 작품대로 구현될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A씨는 지난 20일 밤 9시 반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꼭대기 층(펜트하우스)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인 30대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에서 총기 제작법을 배웠고 탄환은 20년 전에 구매한 뒤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트리거'의 이벤트 생중계는 취소된다. 총기 사건 여파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리거'는 오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