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이라는 5년간의 여정을 마친 배우 이정재는 후련하고도 시원섭섭한 마음을 이같이 표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지난 6월 27일, 시즌3를 공개하며 대장정을 마쳤다. '오징어 게임3'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게임에 재참가한 우승자 성기훈(이정재 분)과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작품. 이정재는 "현장에서 보통 길게 촬영하면 6개월 정도인데, 이 작품은 5년을 같이 한 게 아닌가. 서로 눈빛만 봐도 손발이 맞을 정도로 스태프들과 호흡이 좋았다. 홍보팀 분들과도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같이 일했잖나. 그런 거 생각하면 아주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오징어 게임1'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시즌2~3의 제작도 결정됐다. 시즌3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 시청 수 6010만을 기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넷플릭스 톱10을 집계하는 93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석권한 건 '오징어 게임3'가 처음이다.
"많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즌2~3 촬영을 준비할 때는 부담감이 무척 심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뭘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과 부담이 컸죠. 막상 촬영장에 딱 들어가는 촬영 첫날부터는 다행히 부담감이 싹 사라졌어요. 그날그날 찍어야 하는 분량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담감이 없어져서 1년은 또 재밌게 촬영했어요. 그런데 홍보 때가 되니 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하하. 시즌3는 마지막이라 그런지 시즌2 때만큼은 긴장 안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시즌2 때는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아서 말실수할까 조심했거든요. '이건 말해도 되나' 싶은 게 많아서 머리가 복잡했어요."

"'오징어 게임'은 재미만 좇는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에피소드마다 전달하려는 소주제가 있고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죠. 메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건 오히려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메시지가 강하거나 여러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호불호가 나뉘고, 그에 따른 많은 이야기가 넘쳐나는구나'를 느꼈죠."
시청자들은 다소 허망한 결말이라는 의견과 희망적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 등 저마다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정재는 "예상치 못한 기훈의 엔딩은 저로서도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일까', '과연 다수가 이 엔딩을 좋아할까'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충실하며 그의 소신을 믿고 따랐다. 그는 "황 감독님이 이 작품을 비즈니스 엔터테이닝 콘텐츠로만 생각하진 않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성공한 시리즈를 여기서 엔딩을 내려버리겠다는 그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걸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이게끔 연기해야 하는 거다. 그 부분이 가장 어렵고 고민됐던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창작자 황 감독이 원했던 것은, 희망에 대한 메시지, 인간성 회복에 대한 메시지의 이야기"라며 "창작자가 의도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시즌1 때는 저 하고 싶은대로 찍었어요. 그래야만 기훈이 입체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방향으로 최대한 해봤죠. 시즌 2~3의 대본 13개를 보곤 '이게 마지막이구나' 싶었어요. 감독님도 이 이상은 자기가 안 할 거라고 얘기하셨고요. 자신이 시청자들과 얘기해보고 싶은 바대로 쓴 13개의 시나리오를 보곤 '시즌1도 당신이 열심히 써서 만들었는데, 이번에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열심히도 했지만 운이 제게 왔단 것도 인정해요. '오징어 게임'으로 상상해보지 못한 경험도 해봤어요. 예전에는 남자 배우들은 군대 갔다 오면 주연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불확실성, 두려움이 컸죠. 그런데 시대가 좋아지면서 열심히 하면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됐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실패한 것도, 성공한 것도 있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 경험치가 생겼어요. 경험치는 배우들에게 감정 표현의 깊이감을 줄 수 있는 바탕이 돼요. 저를 잘 몰랐던 해외에서는 이정재가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로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감정 표현을 했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좋은 시대에 태어나고 운도 있었구나 생각해요. '오징어 게임'으로 너무나 큰 성공을 했고 큰 수혜를 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제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 배우의 글로벌 스타 성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 이정재. 동료,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다음은 네 차례야. 그러니 열심히 해라'는 얘기밖에 안 해요. 하하.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따로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대사 한 마디 어떻게 더 잘할까, 이 커트 조금 더 다르게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커트가 길어도 1분 정도예요. 대부분 편집해서 쓰는 건 2~10초 내외의 커트들이죠. 그 커트들에서 내가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충분히 하고 있는지, 커트마다 많이 고민해요. 한 커트만 잘 찍으면 그다음 커트도 잘 찍을 수 있고, 또 그다음도 그래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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