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 시상식'에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을 비롯해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까지 총 6관왕을 석권했다.
'토니어워즈'는 미국의 공연 분야 최고 권위상으로, 연극과 뮤지컬계의 '오스카',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그런 시상식에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 이미 '국뽕'을 차오르게 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무려 9년 만에 '최고의 작품'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생은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이 작품은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구형 헬퍼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로봇은 더 이상 주인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자 각자의 주인에게 버려진 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게 된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이들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사랑과 우정, 외로움, 이별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배우게 된다. 이후 두 로봇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사랑의 의미를 고민하며 작품 말미에서는 행복한 결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로봇이 등장함과 동시에 이 로봇들이 사랑을 한다는 독창적인 요소 그리고 섬세하게 다룬 인간적인 감정선과 관객에게 던지는 물음까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결국 막공 7개월 만에 앵콜 공연을 이끌어냈다.
작품은 재연 삼연과 사연 그리고 오연을 여는 등 대규모 흥행 조짐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마침내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 발을 들이며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들이 다수 들어있는 것도 미국인들의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 큰 몫을 해냈다. 한국의 서울과 제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영상에 사용하는 한국어 문구를 그대로 장면화하는가 하면 작품 속 중요한 소품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사용하는 등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담았다.
이는 '아카데미상'과 '오스카'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품성으로 인정된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기생충'은 사람이라면 가지고 태어날 수밖에 없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다루며 전세계인과 교류했다. 그러면서도 반지하와 1대1 과외 등 한국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이템들을 섞어 한국 문화에 대한 신선함을 제공했다. '오징어 게임' 역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등 한국의 유일한 게임들을 배경으로 해 K-문화를 알렸으며, 이같은 놀이가 인간의 본성인 자본주의 앞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치명적인 게임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독창성을 가져오면서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러한 한국적 정서 외에도 '어쩌면 해피엔딩'은 세련된 극본과 감성적인 음악으로 미국의 또다른 시상식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에서 음악·작사·극본 부문을 석권했으며, 시각적 요소의 완성도 역시 호평을 받으며 무대 디자인상도 수상했다. 결국 한국의 고유함과 내용의 창의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보편성 그리고 뮤지컬이라는 작품의 퀄리티들까지 모든 합이 맞아 떨어지면서 이번 '토니어워즈' 작품상까지 도달하게 된 것.
이에 대해 토니상 3관왕과 그래미상 3관을 차지한 공연 프로듀서 션 패트릭 플라하반 최고 책임자는 지난 2일 '2025 K-뮤지컬국제마켓' 개막 콘퍼런스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뒤 들은 생각은 공상과학의 설정이지만 구체적인 스토리에 관객 모두에게 잘 다가가는 주제가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며 "한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보편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있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뮤지컬 계에 새 역사를 쓴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국내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할 예정이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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