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천국보다 아름다운' 업보 설정에 뿔난 시청자
"보기 불쾌해" 김혜자는 무슨 죄…아동학대 업보 설정 논란, '천국보다'에 쏟아진 분노 [TEN스타필드]
"보기 불쾌해" 김혜자는 무슨 죄…아동학대 업보 설정 논란, '천국보다'에 쏟아진 분노 [TEN스타필드]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속 업보 설정에 대해 시청자들이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업에 따라 생과 사의 굴레를 돌고 돈다는 '윤회사상'을 풀어내는 데 있어 혹독한 시집살이도, 가정 폭력 피해도 결국 자신의 업보라고 표현하면서다. 이에 많은 시청자는 "피해자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거냐. 이건 폭력 미화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 분)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 드라마다. 6년 전 방송 됐던 '눈이 부시게' 작감배(작가·감독·배우)가 재회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특히 제작발표회에서 김석윤 감독은 "이 작품은 김혜자 선생님을 기획 단계부터 정해 놓고 만든 작품이다. 김혜자라는 배우가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판을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데뷔 64년 차를 맞은 김혜자 역시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대해 "어쩌면 이게 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감사하게 했다. 정말 행복하게 1년을 보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의 말처럼 '천국보다 아름다운' 초반에는 따스함과 웃음이 공존했다. 김혜자는 80대 노인의 모습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고, 손석구는 능글맞으면서도 다정한 사랑꾼 남편으로 분했다. 천국으로 온 다양한 사연들과 신선한 설정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청률은 첫 회 시청률 5.8%를 기록하며 JTBC 역대 토일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2위를 달성했다.
사진제공=JTBC '천국보다 아름다운'
사진제공=JTBC '천국보다 아름다운'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휴머니즘은 거둬지고 이해하기 힘든 전개와 설정들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5회에서는 마치 영화 '신과 함께'를 보는 듯 다양한 지옥들을 나열하고, 사람들이 불에 타는 등 잔인한 CG들이 방송 내내 이어져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 7~8회에서는 생전 김혜자를 괴롭혀왔던 시어머니(주민경 분)가 천국에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김혜자가 전생에 주민경을 괴롭혔던 시어머니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전생에서의 업보로 현생에 시집살이를 당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설정은 9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어린 시절 친부에게 학대당한 뒤 김혜자의 손에 키워진 이영애(이정은 분)의 과거가 드러나면서다. 알고 보니 이정은의 전생은 김혜자의 친모이자 첩이었고, 전생의 남편은 현생의 가족 폭력범 아버지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불륜 관계가 업보로 환생했다는 설정 자체가 비윤리적이다. 아동학대 피해가 업보라는 말이냐"며 불쾌해했다. 전생의 불륜은 두 사람이 같이했는데, 현생에서는 가해자 아빠와 피해자 딸로 설정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학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기 불쾌해" 김혜자는 무슨 죄…아동학대 업보 설정 논란, '천국보다'에 쏟아진 분노 [TEN스타필드]
'천국보다 아름다운' 속 천국 설정에 대해서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생에서 죄를 지어 지옥에 간 사람도 벌을 받은 뒤 천국으로 오기 때문이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죽어서도 함께 살고, 전생의 업보를 알려주며 현생에서의 용서를 강요하는 '지옥보다 고통스러운' 공간이 된 셈이다.

이에 시청률도 곤두박질쳤다. 8회 6.9%까지 상승했던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아동 학대 에피소드 후 4.9%까지 떨어지며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감은 최대치를 찍고 있다.

최종회까지 2회만을 남겨둔 상황 속, 마지막 반전은 솜이(한지민 분)의 정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민 역시 방송 내내 손석구와 불륜의 감정을 보이며 불편함을 안겼기에 시청자들을 완벽히 설득할 수 있는 결말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지민이 기억을 잃은 김혜자의 젊은 모습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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