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론에서 'NO'→빌보드선 'YES'…美 음악팬이 캣츠아이에 빠진 이유 [TEN스타필드]](https://img.tenasia.co.kr/photo/202505/BF.39921374.1.jpg)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그룹 캣츠아이가 미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K팝 시스템'이 국내 시장과 무관하게 서구권에서 영향력 있는 아이돌을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 현지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서는 국내외 반응이 갈린 가장 큰 이유로 캣츠아이 'Gnarly'의 난해한 곡 스타일을 꼽고 있다. 'Gnarly'의 보컬 멜로디는 음의 높낮이 격차가 크지 않다. 말하듯 리듬을 타는 랩 위주로 구성됐다. 후렴과 그 외 다른 부분 사이 멜로디나 박자에 큰 차이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 'Gnarly'라는 단어와 특정 문구를 반복하며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편곡도 K팝에 익숙한 국내 대중이 듣기에 다소 난해하다. K팝에서는 보통 곡의 파트를 4마디, 혹은 8마디, 길게는 16마디를 기준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첫 도입부인 '벌스'가 8마디, 후렴 직전 '프리 코러스'가 8마디로 이어지는 식이다.
이 곡은 벌스가 두 개의 파트로 나뉘는 데다, 파트 1이 8마디인데 반해 파트 2는 단 6마디에 불과하다. K팝에서 잘 쓰이지 않는 박자인데다가 파트까지 나뉘다 보니 국내 가요 팬은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실험적인 편곡이 많고 강렬한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서구권 청중에게 더 익숙한 곡 전개다.

'Savage'는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맡은 랩 파트에서 음정과 박자를 분명히 쪼갰다. 말하듯 술술 읊는 랩과 다르다. 또한, 파트마다 옥타브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멜로디를 활용해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했다. 중독성 있는 후렴 부분을 반복해 중독성도 챙겼다. 낯선 해외 장르를 차용하고서도 국내에서 사랑받는 K팝의 특징을 고루 갖고 있단 의미다. 이런 특성 덕분에 'Savage'는 발매 이후 장기간 멜론 메인 차트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캣츠아이가 해외에서 주목받은 것과 달리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한 배경으로는 멤버 라라의 커밍아웃도 거론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너그러운 서구권에서는 라라의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사건이 캣츠아이와 대중의 심리적 거리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자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보기 드문 파워풀한 퍼포먼스도 국내외 음악 팬의 호불호를 가르는 요인이다. 캣츠아이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댓글에서 한 해외 음악 팬은 "곡이 좋고 말고를 떠나 퍼포먼스가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 팬은 "가사는 내용이 없어 별론데 안무 하나로 끝났다"고 적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걸그룹의 이런 퍼포먼스를 낯설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캣츠아이의 사례는 K팝이 더 이상 한국의 전유물이 아님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K팝은 한국이 개발한 시스템이고, 겨냥하는 시장은 국내와 아시아는 물론 서구권까지도 포함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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