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는 배우 윤여정이 마지막 손님으로 등장했다.
이날 윤여정은 데뷔작 '화녀'를 시작으로 대표작을 돌아보며 자신의 스승인 故 김기영 감독을 향한 감사함을 드러냈다.
극사실주의 연출로 20대 윤여정에게는 버거웠던 현장이지만, 30살 어린 그에게도 존댓말을 했던 김 감독. 윤여정은 "되게 못되게 굴었다. 마흔 넘어서 철들고 죄송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러 작품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한 윤여정은 "배우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파격적 역할 제안에 고민을 하다가 나를 객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미녀 배우도 아니고 얼굴이 안 예뻐서 이런 역할이 들어오나 싶었지만, 내가 싫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택 기준을 밝혔다.
59년 차 배우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윤여정은 "오래 했으니까 살아남은 것 같다"면서 "나는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다. 성실함으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첫 영화로 청룡영화상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윤여정은 이혼 등 개인사로 13년의 공백기를 보냈다. "5년간의 인기가 거품인 걸 알게 됐다"는 그는 1984년 복귀 후 단역부터 시작해 40년간 120편 영화와 드라마 출연했다.
복귀 후 일이 없을 때 자신을 캐스팅 해준 은인 김수현 작가. 컨디션 안 좋을 때 132쪽 대본 통째로 외워서 연기했던 윤여정은 "교육을 잘 받았다. 내가 다른 배우보다 대사 많아서 불만을 드러냈더니 '넌 남정임처럼 안 예쁘니까 대사라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때 이후로 대사 불평 안 한다"고 이야기했다.
MBC 인기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촬영 전날 김혜자와 역할이 바뀐 윤여정은 "선배한테 양보하라고 해서 했다. 나이가 들면 변명 후회할 것도 없다. 사는 게 다 불가사의"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첫 청룡상도 내가 잘해서 탄 줄 알았는데, 상은 운이다. 그걸 알고 아카데미상 타서 좋았다. 한순간 기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파친코'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공정한 캐스팅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제안하더라. '알파치노 한테 오디션 보자고 할 거냐'면서 내가 그 한국의 여성상에 자존감과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얻은 배역"이라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한편, 올해 78세인 윤여정은 "나이 드는 것이 자격지심을 느끼게 한다. 육체적으로 불편하게 많아져 불쾌해지는데 누구나 곱게 잘 늙고 싶잖냐"면서 대사 외우는 속도가 느려질 때 속상하고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대에서 죽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아니지만, 인생을 살다가 죽는 게 가장 좋다고 하잖냐. 연기만 59년을 했다. 연기가 내 일상이다. 일상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를 하는데 악착스럽게 젊은 척할 필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정 텐아시아 기자 eu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