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엑소(EXO)에서 메인래퍼 포지션인 찬열. 뮤지션으로서의 실력은 다소 아쉽다는 대중의 평가가 많았다. 그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미씽나인', '장수상회' 등에 출연했지만 그동안은 연기력에 관해서도 이렇다 할 호평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찬열의 배우로서 역량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극 후반 부 찬열은 동그란 안경을 쓴 채 아역과 높은 싱크로율로 등장했다. 총을 들고 쉼 없이 달리는 액션도 박진감 넘치게 소화해 몰입도를 높였다. 평소와는 다른 비주얼에 단번에 엑소 찬열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었다. 알고 봐도 믿기지 않을 수준으로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상반된 연기를 펼쳤다.
지난 26일 소격동에서 진행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인터뷰에서 그는 "촬영 당시 찬열이가 다리의 힘이 풀릴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간절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찬열은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구기호'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감독님께 질문도 많이 했고, 기호의 삶에 대해 상상도 고민도 많이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눈물의 여왕'에서도 나채연 역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촌철살인 비서로 출연해 의리 있고 따뜻한 캐릭터로 극의 흥미를 더했다. 조연이라 할지라도 윤보미는 인상을 남기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러다가 2022년 재찬은 '시맨티 에러'라는 인생작을 만나 추상우 역으로 인지도와 화제성을 배가했다. 그는 '시맨틱 에러'에서 박서함과의 동성애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재찬은 '우리, 집', '놀아주는 여자' 등 줄줄이 차기작을 결정했다. 앞서 작품 활동을 다수 해왔지만, 정극 연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새 작품들을 통해 "아이돌 출신은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깨뜨리며 '성장형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들을 통해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례가 증명됐다. 기존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이라고 한들 작품에 도전할 경우 분량 욕심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는 게 관건이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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