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24일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에는 "시그니처 지원, 홍박사님 만날 필요 없는 워터밤 유망주"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은 그룹 시그니처의 멤버 지원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신규진은 "역대 아이돌 중 독보적으로 굉장한 몸매의 소유자"라고 지원을 소개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노빠꾸 탁재훈'에는 게스트로 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출연했다. 시즌 3를 맞이해 MC로 새로 합류한 지원에게 오구라 유나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다. 몸매가 좋으니까"라면서 "꼭 데뷔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오구리 유나는 "진짜 톱배우가 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지원은 "한국에서 배우로 데뷔하긴 했다"고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탁재훈은 "그거랑 다르다"고 받아쳤다. 이에 다나카는 "센빠이(선배)"라면서 동조했고 오구리 유나 역시 자신을 가르키며 "센빠이"라고 말하면서 성희롱으로 느껴질 발언을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당 영상의 논란이 불거지자 '노빠꾸 탁재훈' 제작진은 2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번 이슈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이며, 시청자분들이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새롭게 합류한 지원 씨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인정한다. 이에 제작진은 지원 씨 본인과 C9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지원이 아닌 탁재훈과 신규진을 보호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입장문에서 탁재훈 '님', 신규진 '님'이라고 높임말로 지칭한 반면 지원은 단순히 '지원'이라고 기재했다. 두 사람과 다르게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호칭이 붙지 않은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실제 지원이 촬영 상황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들 과연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던 상황이었을까. 지원은 시그니처로 데뷔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신인' 아이돌이다.
반대로 지원이 정말 괜찮다고 했었을지라도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하는 소속사에서는 이런 식의 입장을 내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잡아주고 이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낸 입장문에서는 지원에 대한 배려나 보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지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하는 소속사는 성희롱이라고 수많은 누리꾼의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하차 의사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빠꾸 탁재훈의 일원으로써 앞으로도 제 몫을 다하길 고대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위로나 걱정보단 지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프로그램 출연을 이어가려는 급급함이 드러났다.

앞서 몸매로 떴지만, 이를 기회로 전환한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권은비다. 그는 '워터밤'으로 화제성을 얻은 후,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솔로동창회 학연', '눈떠보니 OOO' 등에 출연해 노출과 섹시 이미지 없이도 본인이 매력적인 스타란 사실을 증명했다. 권은비는 함께 출연한 동료들과 티키타카를 뽐내고 진솔한 입담을 펼치면서 인기를 키웠다. 덕분에 '썸머퀸'으로 알려진 그는 사계절 내내 사랑받고 있다.

데뷔 7년 만에 몸매로 반응을 얻자 '워터밤 여신' 자리를 노렸지만, 소속사가 잘못된 선택을 한 탓에 지원은 대중으로부터 동정받는 상황이다.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지원의 인지도가 전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지원에게는 다양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길 바란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