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고은은 '파묘'로 무당 연기에 도전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김고은이 연기한 화림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이다. 미디어 속 무당은 통상 화려한 한복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중년 여성으로 많이 묘사돼왔다. 김고은은 이런 고정관념부터 깬다. 극 중 굿할 때는 한복을 차려입지만 평상시엔 셔츠에 가죽재킷, 긴 생머리의 모습이다. 김고은은 무당의 이미지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새롭게 묘사했다.
최민식, 유해진 등 연기력을 논할 필요가 없는 베테랑과 함께 등장하지만 김고은은 이들의 기세를 뛰어넘는다. 특히 묘를 이상하며 산에서 굿하는 장면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무당으로 전업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연기다. 보통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세계를 넘나드는 화림의 비범한 기운, 강렬한 에너지를 김고은은 실감나게 담아냈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신기'를 뿜어내는 수준이다.

장 감독은 김고은에 대해 "그 나이대에 어려운 역할인데, 베테랑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고은밖에 대안이 없었다"며 그를 무당 역에 섭외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사바하' 뒤풀이 때 봤는데 한눈에 반했다. 감독으로서 매력을 느꼈다. 이제 연륜도 생겼고 무르익었다고 생각했다. 진짜 전성기가 오겠구나 싶었다"고 극찬했다.

김고은은 드라마 '작은 아씨들',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를 통해 사랑스럽고도 섬세한 연기도 선보였다. 영화 '협녀, 칼의 노래'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검 액션을 보여줬고,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영웅'에서는 격한 감정이 담긴 노래까지 소화해냈다.

'파묘'에서는 김고은이 '돈값'을 톡톡히 해냈다. '돈값'에 아깝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것. 연기에 대한 소신과 가치관 역시 단단해져가는 김고은. 국내 영화계, 드라마계에 향후 더 탄탄한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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