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소설
케네스 브래너로 분한 포와로 탐정
삶이란 무엇인가?
케네스 브래너로 분한 포와로 탐정
삶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저명한 추리 스릴러 작가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있다면, 영국에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있다. 1921년 출생해 소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태양은 가득히', '캐롤' 등으로 1950-80년대까지 영화화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보다 훨씬 이전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의 위대한 소설가가 있었다. 1890년 영국에서 출생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더라도,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따라다니는 인물 에르큘 포와로(Hercule Poirot)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데뷔작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으로 등장한 에르큘 포와로 탐정은 입가에 자리한 콧수염과 괴짜다운 면모가 있는 나이 든 탐정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드라마 '셜록'의 셜록 홈즈 같은 날카로운 면과는 거리가 있다. 그동안 포와로 탐정은 영국 드라마 '명탐정 푸아로'를 통해 1989년부터 2013년까지 그려진 바 있으며, 그 외에도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년)에 배우 알버트 피니에 의해 그려진 적 있고, BBC 드라마 'ABC 살인사건'(2018)에서 존 말코비치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된 적도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푸와로 탐정이 그려졌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푸와로가 지닌 추리력이다.

영화는 탐정 생활을 은퇴하고 유유자적 살고 있는 탐정 포와로(케네스 브래너)에게 오랜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아리아드네 올리버(티나 페이)가 찾아오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초반부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시작부터 뒤틀려있음을 암시하는데, 성당의 건물이 더치 앵글로 잡히며 평화로운 새들의 틈으로 포식자 한 마리가 나타나며 무리를 흩어놓기 때문이다. 굉음과 함께 곤히 잠들어있던 탐정 포와로는 잠들어있던 추리 본능을 일깨우듯 두 눈을 번쩍 뜬다.

의심하면서 저택 밖으로 나가려던 것도 잠시 심령술사 레이놀즈가 누군가에 의해 끔찍하게 살인 되면서 포와로는 사건 안으로 다시 휘말린다. 폐쇄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은 분명히 이 안에 있을 터. 용의자는 소설가인 아리아드네, 교령회를 연 저택의 주인 로웨나, 의사인 레슬리 페리에(제이미 도넌), 페리에의 아들 리오폴드(주드 힐), 로웨나의 죽은 딸 알리시아의 전 약혼남 맥심(카일 앨런), 레이놀즈의 두 조수 남매, 가정부 올가, 포와로의 경호원까지 모두가 용의자다. 차례로 면담을 시작한 포와로는 역할 뒤에 숨겨진 삶을 듣게 된다.

저택에서 들려오던 소리처럼 용의자를 추리기 위한 면담을 통해 세상의 소리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삶을 구성하는 게 이야기라면, 포와로가 잠시 자신의 신념을 내려놓고 들었던 것은 저택 아래 묻힌 이야기였을 테다. 길고 긴 밤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왔을 때, 포와로가 느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고전 소설을 원작과 추리극 특성상 말로만 사건을 풀어나가 다소 지루한 점이 있지만,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고립된 성 안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로 모인 사람들의 상황은 흥미롭다.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포와로가 그리웠던 이들과 몰랐던 이들에게도 재미를 안겨줄 만하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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