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가 '태양의 후예' 이후 다시 만난 작품이다.
김 작가는 학교 폭력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내일 모레면 고2가 되는 딸의 학부모형이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저한테 가까운 화두였다"며 "제 걱정은 딸이 저 때문에 불필요한 관심을 받진 않을까, 다른 오해를 받진 않을까였다. 그런데 딸이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냐' 그러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 그 다음에 '내가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내가 죽도록 맞으면 가슴 아플 것 같아?' 그러더라. 두 번째 충격이었다. 그 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더라. 세속에 찌던 저는 진심 어린 사과가 뭘까 생각했다.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거구나 싶었다. 인간의 존엄, 영광 같은 것들.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구나 했다. 그런 생각에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송혜교는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일생을 걸고 오랫동안 복수를 설계한 문동은 역을 맡았다. 짙은 트라우마로 인해 절망 속에 우울하고 음울하게 사는 인물이지만 복수의 칼날만은 곧고 날카롭다. 송혜교는 학폭 피해자 연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불쌍한 모습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대역 이도현은 송혜교보다 14상 연하. 병원장의 아들로 태어나 고생 없이 자란 온실 속 화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어둡고 깊은 아픔을 지닌 의사 주여정을 연기했다. 한 장면에 대해 4~5가지 버전으로 연기를 준비해갔을 만큼 열의를 쏟았다고 한다.

배종 감독은 큰 인기를 끌었던 원작의 드라마화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제목이 '아일랜드'인 만큼 제주도를 뺄 수 없었다. 이 이야기의 중요 키워드는 제주도였다. 관광지 제주도는 밝고 즐겁고 아름다운 곳인데, 여기에 제주의 슬픈 기억을 가져왔다. 과거에 유배지였고 4·3사건도 있지 않았나. 제주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두움, 동양과 서양의 대비, 양면성을 가져가면 원작보다 훨씬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밝은 웃음, 경쾌한 액션 이면에 슬픔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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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희는 세계적인 재벌가 대한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미호로 분했다. 이 작품 전 공백이 있어던 이다희는 '아일랜드'가 더 절실했다고 한다. 그는 "그 전에 걸크러쉬 역할을 많이 했지만 내가 그려내는 미호를 상상해봤고 욕심이 났다"며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 못 올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은우는 바티칸 최연소 구마사제 출신 요한을 연기했다. 차은우는 요한 캐릭터에 대해 "겉으로는 밝고 천진난만하다가도 안에는 슬프고 아픈 과거가 있다. 겉으론 밝아도 그 안에 슬픔이 내재된 느낌을 표현해보려 했다"고 강조했다. 극 중 요한이 요괴를 퇴마하기 때문에 차은우의 액션 연기도 엿볼 수 있다. 차은우는 "형(김남길)의 조언 덕에 몸을 많이 쓰는 신도 수월하게 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와 티빙이 2022년 마지막날을 앞두고 야심차게 선보이는 두 작품. 올해 큰 성과가 없었던 넷플릭스와 최근 공개된 '술꾼도시여자들2'가 부진한 티빙 가운데, 2023년 첫날을 기분 좋게 맞을 이는 누가될지 주목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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