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김태리는 나희도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매회 엔딩 맛집으로 손꼽히며 주말 저녁을 청춘으로 물들이고 있는 드라마 속 김태리의 명장면, 명대사를 되짚어 봤다.

보는 즉시 웃음을 뿜어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찢긴 만화책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원상복구시키려 했지만 실패한 나희도는 백이진(남주혁 분) 앞에서 눈물을 터트렸고, 이는 곧 웃음 버튼이 됐다.
겁먹은 얼굴과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 자막으로만 알 수 있는 대사들은 보는 이들을 몰두하게 만들었고, 울음으로 말한 뒤 전속력으로 뛰어가며 "으어어어어엉!!! 쪽팔려어어어어엉!!!"이라고 외치는 나희도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착근했다. SNS에서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드라마 방송 후 수없이 회자되고 있는 장면이다. IMF로 인해 꿈도, 가족도 이제는 행복마저도 잃겠다는 백이진에게 나희도는 "난 그 말에 반대야.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앞으로 나랑 놀 때만, 그 아저씨들 몰래 행복해지는 거야"라며 청량하게 미소 지었고, 이는 순박함 그 자체를 표현했다.
묵직하게 전하는 나희도 다운 위로 법이었다. 푸릇한 초록의 잎사귀처럼 보는 이들을 가득 품은 두 사람의 엔딩 모습은 백이진 뿐만 아니라 보는 모든 이들을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비극을 희극으로 만든다는 나희도가 궁금했던 백이진은 "어쩌다 그런 방법을 생각해냈어?"라고 물음을 던졌다. 나희도는 "맨날 진다고 매일이 비극일 순 없잖아. 웃고 나면 잊기 쉬워져. 잊어야 다음이 있어"라고 답했다. 이는 어쩌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였을지도.

나희도와 백이진의 마음을 표현한 그린라이트 장면이다. 펜싱 대련 중 나희도가 백이진의 재킷에 칼끝을 스칠 때마다 들어오는 어둠 속 초록 불빛은 나희도의 마음을 대변하듯 자꾸만 깜빡거렸다. 조금 마음이 복잡해진 그녀는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나를 응원하지 않는데"라고 물었다.
백이진은 "기대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라고 말했다. 그린라이트 아래 마주 보고 선 두 사람의 시선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담은 듯 미묘한 기류가 드리웠고, 반짝이는 눈빛은 시청자들에게 심쿵을 선사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중전화 그리고 음성 메시지. 그래서인지 나희도의 대사는 우리를 더 설레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동전을 넣고 백이진에게 삐삐 음성 메시지를 남긴 나희도.
"네가 이유 없이 나를 응원했듯이 내가 너를 응원할 차례가 된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있는 곳에 내 응원이 닿게 할게. 내가 가서 닿을게" 그 어떠한 응원보다도 백이진의 마음을 다독였고,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장면 속 배경은 눈 오는 겨울이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만큼은 그 어느 여름날의 청춘처럼 빛나고 있었다.
한편 김태리가 출연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매주 토, 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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