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 종영 인터뷰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 '트루먼쇼' 주인공 된 느낌"
"이준호, 현장서 대본 보지 않아" 극찬
"광한궁 전개 혹평, 무리수 아니라 생각했는데"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 '트루먼쇼' 주인공 된 느낌"
"이준호, 현장서 대본 보지 않아" 극찬
"광한궁 전개 혹평, 무리수 아니라 생각했는데"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이 최근 텐아시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합방신 대본을 수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 조선 왕조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꼽히는 '정조-의빈'의 서사를 기반으로 동명의 원작 소설이 가진 '왕은 궁녀를 사랑했지만,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앞서 이세영은 텐아시아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원래 합방신 대본에는 이산(이준호 분)이 덕임의 어깨 뒤 쪽에 있는 '명(明)'자에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덕임이 속살도 조금 드러낸다. 그런데 감독님이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 같다고 해서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옷소매'는 MBC에서 3년 만에 10% 시청률은 넘긴 드라마로, 2021년 MBC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첫주부터 종영때까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싹쓸이 했다. '2021 MBC 연기대상'에서도 이준호X이세영 최우우상, 베스트커플상을 포함해 8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어 "이제까지 했던 드라마 중 첫 방송이 나가고 제일 많이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방송이 나갈수록 시청률이 오르고 화제성을 유지하는 걸 보고 좀 많이 신기했고 신도 났다. 끝나고 나서도 많이들 봐 주고 계신 듯 해서 너무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높은 인기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정 감독은 "시청률이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숫자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던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참 기쁘다"며 "좋은 시청률을 매주 확인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과열될 때마다 우리는 아직 찍어야 할 분량이 많으니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얘기도 종종 했다. 물론 신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이게 혹시 꿈이 아닐까, 내가 사실은 트루먼 쇼와 같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누군가 날 몰래 관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얘기를 주변 스텝들이랑 종종 하곤 했다"고 말했다.

"상상력을 가미해서 인물과 사건, 배경을 만들지만 실존인물들을 다루고 실제로 있었던 시대를 다루는 만큼 기본적인 고증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어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관심이 많은 영정조 시대라 자유로운 표현보다는 고증에 최대한 충실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현대인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하면 드라마의 몰입이 깨질 수 있을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지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산 역으로 이준호를 캐스팅 한 이유를 묻자 정지인 감독은 "이준호 배우는 '스물'과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방어적인 눈빛 연기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제대 소식을 듣고 대본을 보냈다. 이준호 씨가 표현하는 이산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호 씨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이준호 씨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라.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하는 게 신기했다"며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이준호 씨의 몫이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다.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냥 이준호가 이산"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라고 덧붙였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 다면 몇점일까. 정 감독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며 "굳이 매기자면 '토이스토리'에서 버즈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다.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너머로)"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이세영 씨와 이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이에 정지인 감독은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있던 설정이었고, 극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라고 판단했다. 편성 전 대본 평가 회의 때는 가장 반응이 좋은 설정 중 하나였다"며 "'대장금'에서 궁녀가 문을 열어주고 수라상의 음식에 약을 타는 사소한 행동으로 중종반정이 이어지는 설정이 기억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궁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궁녀들이 따로 사조직을 관할하여 결국 '택군'도 가능케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광한궁의 일원인 조씨의 조카 월혜는 실존인물인 강월혜가 정조의 암살 시도에 가담했다는 기록을 참고해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드라마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무리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설정들이 더욱 많은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가게끔 전개를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연출을 했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또한 로맨스가 줄어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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