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동경과 멸망은 서로의 존재 자체를 송두리째 지운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동경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입원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담당의 정당면(이승준 분)이 "왜 이제 왔냐"고 묻자 동경은 "이유가 있었어요. 분명히 이유가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요"라고 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 증상이 교모세포종의 병증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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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과 멸망은 거듭 마주하며 또 다시 인연을 쌓아갔다. 멸망은 기억 리셋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동경에게 세상의 멸망을 빌라는 계약을 제안해 관심을 높였다. 그러나 동경은 "안 할래. 아플 거 같아. 머리가 아니더라도 어디든"이라며 마음이 아플 것을 예감한 듯 계약을 거절했다. 동경은 "분명 (바닷가에) 누구랑 왔었는데 기억이 안 나. 되게 행복했었던 거 같은데"라며 멸망과의 추억을 떠올리려 했다. 또한 멸망이 채워준 빨간 실 팔찌를 안 차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등 머리가 아닌 마음 속에 멸망과의 추억이 남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윽고 동경과 멸망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는 모습으로 가슴을 아리게 했다. 멸망은 바람에 날리는 동경의 머리카락을 자기도 모르게 넘겨주려던 자신의 손길과,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멸망은 소녀신으로 인해 무언가 바뀌었음을 깨닫게 됐고, 그 길로 동경에게 향했다. 동경 또한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홀린 듯 휴대전화에서 '사람'을 검색해 전화를 걸어 관심을 모았다. "역시 어쩔 수 없는 게 있구나"라는 소녀신의 혼잣말과 함께 서로의 존재를 궁금해하며 다시금 마주한 동경과 멸망의 모습이 포착됐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속에 재회한 이들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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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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