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앞둔 '미나리'
'미국영화'지만 '외국어영화' 분류된 아이러니
미국적 정서+한국적 정서가 혼합된 작품
작위적이지 않고 가족애 다뤄 보편적 공감 얻어
'미국영화'지만 '외국어영화' 분류된 아이러니
미국적 정서+한국적 정서가 혼합된 작품
작위적이지 않고 가족애 다뤄 보편적 공감 얻어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따르면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됐기 때문에 외국어영화로 간주된 것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썼다고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 같은 시대에 영화의 국적을 굳이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같은 쟁점이 있는 영화니 한 번 쯤 얘기해봄직하다.

미국이라는 '국적'을 달고 있는 '미나리'는 미국적 정서와 한국적 정서가 뒤섞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민 1세대인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과 달리 번번이 좌절을 맛보고, 한국 도시 생활이 더 익숙한 엄마 모니카(한예리)는 미국에서의 시골 생활이 애타기만 한다. 이민 2세대인 딸 앤(노엘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한국인 가족 속에 살고 있지만 미국적 가치관이 더 큰 인물이다. 앤과 데이빗은 엄마, 아빠보다 영어에, 파스타에, 쿠키에 더 익숙한 모습을 보인다.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토종 한국인'이다.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고 손주들에게는 화투를 가르친다. 영화는 이민으로 인해 가족 안에서도 일어나는 차이점을 조명한다. 이로 인해 이들 가족 간 작은 다툼은 있으나 결코 분열되진 않는다. 개척과 도전이라는 미국적 정서와 가족애와 공동체적 의식의 한국적 정서가 '미나리'에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 갭에 끼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가족들이 더 결속한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 국적의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가 된 것 역시 소속되지 못한 중간자의 고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 조차도 '미나리'가 보여주는 애환을 시사하는 듯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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