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내가예' 종영 인터뷰
"결말 만족스러워"
"내 매력포인트는 순수함"
"이병헌 선배와 연기 하고파"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가예'에서 서환 역을 맡은 배우 지수./사진제공=키이스트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가예'에서 서환 역을 맡은 배우 지수./사진제공=키이스트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웠던 작품이에요. 깊은 감정 선들이 많아서 매회 선을 넘는 느낌이었죠. 그래선지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지만 후련함이 크네요."

배우 지수가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 종영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내가예'는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형제와 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운명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지수는 첫사랑 오예지(임수향 분)를 향해 인편단심 순정을 쏟아내는 서환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오예지의 든든한 흑기사를 자처하는 풋풋한 소년의 모습부터 형 서진(하석진 분)과 결혼하는 오예지를 지켜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 어른이 된 후 서진 옆에서 불행해 하는 오예지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상남자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지수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고등학교 때는 순수한 마음가짐이었으면 좋겠다고 , 그게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내면에 단단함과 확고함이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서정적이면서 인간 감정을 세밀하게 다뤘다는 점과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옛날 감성이 느껴져서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저 역시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했을 때 오는 안타까운 마음들을 크고 작게나마 느껴봤기에 공감도 갔죠."
"서환은 형의 부인이 아닌 선생님이었던 사람을 사랑한 것"이라고 정의한 지수. /사진제공=키이스트
"서환은 형의 부인이 아닌 선생님이었던 사람을 사랑한 것"이라고 정의한 지수. /사진제공=키이스트
형의 여자를 사랑하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지수는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 서환은 선생님을 사랑한 거지 형의 부인을 사랑한 게 아니다. 형이 결혼하기 전부터 사랑했던 사람인 것"이라고 답했다.

지수는 서환이 오예지에게 첫 눈에 반한 이유에 대해 "첫 번째는 예뻐서, 두 번째는 지켜주고 싶어서, 세 번째는 묘한 통함이 있어서"라며 "사랑에 빠지는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정의하기란 참 힘든 것 같다. 첫눈에 끌리고 마음에 가는 사람이 있지 않나"며 "그 사랑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갖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인간은 가지지 못한 것일수록 더욱 갖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서환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건지 묻자 지수는 "나였다면 예지를 형수로 받아들이고 포기했을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시도도 해 보겠지만, 서환보다는 더 빨리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사랑은 같이 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환이의 사랑이 더 대단해보였다. 환이도 예지가 형과 끝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다면 받아들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지수는 "내가 오예지였다면 서진과 연애하다가 서환이랑 결혼했을 것 같다. 서환이 달처럼 은은하다면, 서진은 태양 같다"며 "나는 중간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임수향, 하석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임수향 선배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내가 캐릭터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배려도 많이 해주고 장난도 잘 받아줘서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하석진 선배와는 성인되고부터 같이 밝게 웃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다. 극 초반에는 같이 장난치기도 하고 가벼운 분위기였는데, 갈수록 안 좋아졌다. 그래도 연기가 끝나면 서로 형제처럼 잘 지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 인생 망치는 거' 대사, 못생겨 보이게 나왔던데요"라며 웃은 지수./사진제공=케이스트
"'내 인생 망치는 거' 대사, 못생겨 보이게 나왔던데요"라며 웃은 지수./사진제공=케이스트
지수는 고등학생 서환이 교생 선생님인 오예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집에 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길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두 사람 다 풋풋하고 순수해보여서 힐링이 되더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수는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한 장면은 서환이 예지에게 '그게 하고 싶어요. 내 인생 망치는 거.'라고 말하는 거더라. 근데 나는 내 얼굴이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별로였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대사의 힘이 셌던 것 같다. 감추고 있었던 욕망이 꿈틀댄 장면이지 않나. 내 인생을 망치고 싶을 정도로 올인하고 싶다는 의미여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의 말처럼 성인이 되어 나타난 서환은 과거와 달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을 깨버리고 자유를 주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매운 맛 캐릭터로 변신, '마라맛 멜로'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에 지수는 "기분 좋다. 시청자들이 나를 그만큼 서환으로 봐준다는 거고, 그건 내가 캐릭터에 몰입이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라고 고마워했다.

"사실 어른이 되어 돌아온 뒤부터는 모든 연기가 힘들었어요. 정서적으로는 겉으론 숨기고 있지만 안에선 들끓는 게 많았고, 집안 분위기 자체도 어두웠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은 컷 날 때마다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다시 연기할 때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으니까요."
지수는 이뤄지지 않은 결말에 "만족한다"고 답했다./사진제공=키이스트
지수는 이뤄지지 않은 결말에 "만족한다"고 답했다./사진제공=키이스트
시청자들의 바람과 달리 오예지와 서환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예지는 서진과 이혼했고, 미국으로 떠나자는 서환의 제안을 거절한 채 잠적했다. 제주도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둘 만의 시간을 보냈고, 오예지는 서환에게 "사랑해"라고 고백, 편지를 남긴 채 사라졌다. 서환도 오예지를 마음속에 품은 채 떠났다.

지수는 "결말에 만족한다"며 "오예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놓아준 다기보단 받아들인 거다. 사랑한다는 말은 서환에게 가장 큰 보상이었고, 어떠한 스킨십보다도 더 강렬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원래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본 적 있냐고 묻자 지수는 "발리의 작은 호텔에서 일을 하다 새로운 사랑을 만났을 거다. 그렇게 잘 살고 있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본능적으로 에지를 찾아갈 것 같다. 예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고 살고 있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서환에게 예지는 절대 잊지 못할 사람임은 분명하니까. 10년이 지나도 어떻게 지내는지 멀리서 확인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 소모가 컸던 작품인 만큼 종영 후 후유증은 없었을까.

"주변에서 왜 이렇게 헬쓱해졌냐고 그러더라고요. 몸무게를 딱히 재진 않았는데 제가 봐도 그래 보이긴 했어요. 다행히 저는 작품을 빨리 털어내는 편이라 촬영이 끝난 후 맛집 탐방을 다니며 많이 먹고 있습니다."
지수 "이병헌 선배님과 연기 해보고 싶어요"./사진제공=키이스트
지수 "이병헌 선배님과 연기 해보고 싶어요"./사진제공=키이스트
지수는 본인의 매력 포인트로 순수함을 꼽았다. 그는 "했던 역할들을 보면 대부분 순수함이 장착된 인물이다. 주변에서도 나한테 순수하다고 하더라. 계산하거나 재지 않고 솔직하게 내 감정대로 살아가는 모습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또 내가 형들한테 애교가 좀 많다. 덩치도 크고 남자답게 생겼는데 반전으로 애교가 있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군 입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정해지면 그거에 맞게 계획을 짤 것 같다"고 답했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지수는 "기본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한국의 문화들이 전 세계에 펼쳐 나가는 이 시점에 배우라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롤모델로 10년 후 본인을 꼽은 지수. 그는 "10년 뒤 내 모습이 어떨지 기대된다. 그때쯤이면 지금의 나보단 훨씬 인간적으로도, 배우로도 성숙해져 있을 것 같다. 그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선배님들 인터뷰를 보다 보면 '저렇게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도 고민하고 생각하는 구나. 이 분야는 어려우면서도 재밌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복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지금처럼 열심히 꾸준히 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이병헌 선배님이 출연하는 작품에 일원으로 꼭 참여하고 싶어요!"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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