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한 배우 안보현이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극 중 장가그룹 장남 장근원 역으로 열연한 그는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는 올백에 슈트 차림, 비열함이 묻어나는 입매로 얄미운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아버지 앞에서는 벌벌 떠는 지질함으로 연민을 자아냈다.
안보현은 “워낙 대본이 잘 짜여 있었고, 감독님의 디랙션도 너무 좋았다. 9회까지는 철부지 망나니 캐릭터였다가 10회에서 아버지 장회장(유재명 분)에게 버림받으며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되는데, 그때 시청자들이 연민을 많이 느꼈다더라. 원작이랑은 조금 다른 부분인데 감독님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현의 말대로 장회장은 장가를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장에서 10년 전 사고의 책임을 모두 아들 장근원에게 뒤집어씌우며 발을 뺐고, 장근원은 7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의 원망과 허무, 공허함과 안타까움이 모두 뒤섞인 눈빛으로 장회장과 시선을 마주한 장면은 장근원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안보현도 이 장면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장근원에게서 보지 못했던 표정과 행동이기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했다. ‘갑자기 왜 저래?’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장근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순간 확인사살 당한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거죠. 그러면서 후계자는 아니지만 아들로서 아버지에게 제대로 한 번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겁니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감, 박새로이만 없어지면 된다는 마음, 근수(김동휘 분)에 대한 시기 질투가 장근원을 흑화 시킨 거죠.”
그러면서 안보현은 “조기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만약 장근원이 10년 전 뺑소니 사건에 대한 죗값을 받고, 아버지가 그를 꾸짖었다면 장근원의 인생도 바뀌었을 것”이라며 “그 대신 드라마는 3회에서 끝나지 않았을까”라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됐다는 안보현. 그는 “오디션 때 안 뽑으면 후회할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막상 캐스팅 되고나니 부담감으로 와 닿았다”며 “그래도 정말 하고 싶었던 악역이었고 누구보다 간절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높게 사준 것 같다. 욕먹을 장면에서 욕먹은 거 보면 어느 정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아닐까”라고 웃었다.

이어 “외적인 모습은 원작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샛노란 머리로 끝날 때까지 하고 싶었지만,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성인이 되서는 올백, 출소 후에는 앞머리를 내린 검은색 머리로 흑화 된 모습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안보현은 “수아(권나라 분)를 좋아하는 서사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절실해 보이는 모습은 원작과 조금 다르다”며 “원작에서 장근원은 그냥 쓰레기인데, 드라마 속 러브라인 때문에 ‘낭만 쓰레기’라는 별명이 생겼다. 수아에게 매몰차게 차이는 모습이 짠해 보인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게 숙제였다”고 말했다.
캐릭터와 닮은 점을 묻자 안보현은 “여자에게 관심을 표출하는 방식이 서툰 건 비슷하다”면서도 “장근원은 워낙 만화적인 요소가 강한 캐릭터다. 장근원에게 안보현을 입힌다는 생각보다 내가 장근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실제 모습은 '그녀의 사생활' 속 남은기와 훨씬 닮았다. 아기자기한 거 좋아하고 깐깐하다"고 밝혔다.

“그런 의상을 평소에 입어 볼 일이 없잖아요. ‘미스터트롯’도 아니고. 하하. 반응이 궁금했어요. 호불호가 나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우려와 달리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죠.”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운동을 한다는 안보현은 “관리를 하지 않으면 근육돼지가 되듯 불어난다. 촬영 때도 운동은 거의 매일 하는 편이고, 식단관리도 철저히 한다. 특히 흑화 됐을 때는 평소보다 3kg 더 감량 했다”고 밝혔다.

안보현은 “학창시절 복싱 영화를 봤다. 배우인데도 복싱을 너무 잘해서 신기했고.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은연중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연기학원을 다니고 싶어서 모델 일을 하면서 아르바이트했다. 푸드 코트, 이삿짐센터, 일용직 등 스케줄이 유동적인 일들 위주였다. 그러던 중 현재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 지금까지 왔다”고 밝혔다.
28살 늦은 데뷔에 불안함은 없었을까. 안보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불안해하기보다는 앞일을 생각하며 잘 버티자는 마음 이었다”며 “포기하지 말고 버티면 기회가 올 거고, 노력하면 아팠던 시간들도 보상받을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안보현을 연기에서도, 인지도에서도 한 단계 성장시켜준 작품이다. 그는 대중들의 사랑에 부응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더욱 고민하겠다며 단단한 눈빛을 내비쳤다.
“기대 이상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배우 생활에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도 장근원을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네요.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어요. 액션, 스릴러, 장르물 다 좋아요. 아, 이제는 짝사랑이 아닌 이루어지는 러브라인도 해보고 싶네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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