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실(임예진)은 조카며느리인 영심(신애라)이 퀸스그룹의 차남 신우(박윤재)와 사귀는 일을 두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있을 수가 있더라”라고 말한다. 에서는 정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와 우연이 겹쳐 일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매 회마다 사건 사고가 벌어져야 하고 모든 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일일드라마의 세계란 너무나 좁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일드라마에서는 이미 벌어진 갈등을 또 다시 불러와 반복하는 경우가 흔하고, 는 서로 얽혀있더라도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그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왔다. 하지만 영심의 시어머니 혜자(김보연)에게 둘의 사이가 발각된 지 단 1회 만에 신우의 어머니 명주(김동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는 똑같은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혜자는 신우에게, 명주는 영심에게 헤어지라고 말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혜자는 행복하지 않은 신우네 가정을 감당해야 할 영심을 염려하고, 명주는 “과부 주제에 꽃뱀짓”으로 제 아들을 꾀어낸 영심을 비난한다. 같은 사건을 대하는 둘의 태도를 대조하면서 인물을 구분 짓는 기준이 선과 악이 아니라 성숙된 인격을 가진 인간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는 ‘일일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더 자극적인 것을 끌어내기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현실성을 끌어낸다. 이는 계속 사건을 만들고 전개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일일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방식이다. 의 며느리들은 여전히 종가라는 보수적인 공간 안에 갇혀있지만, 적어도 만월당의 여인들은 한 인간으로서 성숙된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선택한 것을 책임질 줄 안다. 이 드라마 속 며느리들이 ‘불굴’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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