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이 옥주현의 일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보소녀 해체, 스폰서 루머 등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침묵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명 혹은 자숙을 요청받는 드라마의 상황은 현실의 우리에게도 너무나 낯익은 광경이다. 2011년을 열며 가장 화제가 됐던 뉴스는 고현정의 < SBS 연기대상 > 수상 소감에 대한 비판, 그리고 빅딜설이었다. 고현정의 수상 소식에 대해, 그의 겸손하지 못한 소감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비판할 수는 있다. 그 와중에 제작을 위한 SBS와 고현정의 빅딜이 있었다는 루머가 생길수도 있다. 하지만 루머를 또 하나의 사실로 삼아 불편해하고, 비판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건 이미 본래 사건에 대한 의견이나 해석의 차원을 벗어난 일이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순진한 불가지론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무차별한 의혹 제기로 변질됐다. 상반기 최대의 사건이었던 서태지, 이지아의 이혼이 이지아닷컴으로, 최악의 사건이었던 故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이 임태훈닷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라.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화제의 중심이 되는 건, 1차 텍스트인 사건이 아닌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 그 자체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옥주현닷컴에서 볼 수 있듯, 방송이라는 텍스트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논란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는 기이한 역전

MBC 역시 마찬가지다. 지지부진했던 예선과 달리 멘토 스쿨부터 탄력을 받았던 이 쇼는, 정작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의 퀄리티에 대한 분석보다는 시청자 문자 투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특정 멘토 간 알력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화제가 됐다. 확정되지 않은 멘토들의 시즌 2 불참 여부는 쉽게 기사화됐고, 의혹은 더욱 커졌다. 김종진에게 극찬을 받았던 밴드 AXIZ가 심사위원 신대철이 키운 팀이더라는 의혹에 시달린 KBS < TOP 밴드 >의 경우는 더하다. AXIZ의 퍼포먼스는 연주부터 태도까지 흠 잡을 게 없었지만 기사를 통해 의혹을 접하고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된 사람 중 시청률 4~5퍼센트의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모토로 하는 이들 쇼에게 공정성과 과정의 투명성을 바라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하지만 제작진에게 눈에 보이는 완성도보다 증명하기 어려운 결백을 요구하는 순간부터 이러한 진실 공방의 게임은 텍스트라는 실체를 잃고 자체적으로 부유한다. 엔터테인먼트가 논란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논란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는 기이한 역전. 물론 이것이 이들 프로그램의, 그리고 서바이벌 쇼의 전부는 아니다. tvN 와 SBS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처럼 오페라나 피겨 스케이팅 같은 전문 영역을 선택해 경쟁보다는 도전자들의 발전 속도에 방점을 찍는 프로그램도 있고, 서바이벌 포맷의 범람 속에서 등장한 괴작 KBS 같은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런 역전이 서바이벌 쇼를 계기로 드러난 동시대의 어떤 경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의 아픔으로 얻는 즐거움을 끊자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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