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의 처방전
책임지라고요? 이 마지막 한 마디는 사실 제가 아니라 박시후 씨한테 하고 싶은 말 아닌가요? 저는 책임질 이유가 없습니다. SBS <검사 프린세스>의 ‘서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MBC <역전의 여왕>의 ‘구본’만 봐도 능글, 능청의 아이콘인데 ‘장띠엘 샤’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냥 솔직하게 박시후가 또 좋아졌다, 그래서 미치겠다, 그렇게 털어놓으셔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세경(문근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양 볼이 발그레해져서 “오똑하지, 오똑하지”를 연발하는 남자를, 마치 처음 물에 들어가 보는 아이처럼 세경의 손가락과 줄자가 자기 어깨에 닿기만 해도 움찔하는 남자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다시는 사랑을 안 할 것 같던 메마른 남자가 키스 한 번에 오도 방정을 떨고, 선물 포장을 정성껏 했다가 다시 뜯었다가 결국 꽃 장식 떼는 걸 깜박한 채 선물을 건네고, 세경이 선물한 감정인형을 꼭 껴안고 잠이 듭니다. 물론 문자하나 안 보냈다고 회사 앞까지 찾아올 만큼 유치하고 찌질하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박시후가 하면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커버되는 것을.
앓포인트: 박시후의 [몰랐나? 나 좀 귀여운 거?]
SBS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준석, 몰랐나? 나 감자 처음 먹는 거?: 윤희(배두나)의 어머니께 “아무거나 주십쇼”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찐.고.구.마.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동물원 원숭이한테 먹이 주듯 자꾸 찐 고구마를 까주셨다. 다음날 윤희가 찐 감자까지 가져왔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신기한 맛이다. 또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다…!!
SBS <가문의 영광>의 강석, 몰랐나? 나 노래방에서 잘 노는 거?: 감히 나를 도발했다. “보고 배우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냐”, “스승으로 존경해도 되는지 확신을 가지게 해달라”는 ‘음치’ 단아(윤정희)의 말에 과감하게 ‘Honey’를 선곡했다. 가벼운 스텝 밟기로 시작했다. “그대를 처음 본 그 순간”이라는 가사에 맞춰 수줍게 검지를 내밀었다. 허리를 슬쩍 돌리고 고개를 양 옆으로 까딱거렸다. 그 때부터 무아지경에 빠져 전신 웨이브로 대미를 장식했다. 몰랐나? 나 노래는 좀 부족해도 춤은 확실히 되는 거? 절도 있는 헤드뱅잉,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SBS <검사 프린세스>의 서인우, 몰랐나? 나 알람시계에 녹음도 해주는 거?: 출근길에 윤검님과 백번 카풀해도 소용없다. 결국 “쪼다같은” 마혜리의 마음을 뺏은 건 윤검님의 핸들이 아니라 내 목소리였으니까. “마혜리 일어느아~ 마혜리~”라는 우렁찬 목소리에도 눈을 못 뜰까봐 “카풀 해야지! 마혜리! 윤검님 만나러 가야지이~”를 심어놓았다. 마혜리가 놀란 토끼 눈으로 시계를 들여다볼 것까지 계산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보긴 뭘 봐요”까지 넣으면 퍼펙트. 몰랐나? 나 이렇게 치밀한 거?
MBC <역전의 여왕>의 구용식, 몰랐나? 나 생일파티 좋아하는 거?: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귀찮았다. 그래도 생일 파티 준비한 성의를 봐서 갔더니 다들 가고 황태희(김남주)와 케이크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왕 온 거 케이크 한 조각 먹지 뭐. 이왕 먹을 거면 내 손으로 내 나이만큼 촛불 좀 켜고, 이왕 촛불 끌 거면 그 전에 축하 노래도 좀 불러주고, 이왕 노래까지 불렀으면 박수도 좀 크게 치고. 몰랐나? 나 생일 되게 챙기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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