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남자 아이돌의 팬덤에게 그들의 오빠는 완전무결한 존재였다. 잘생겼고, 착하고, 진중하지만 귀엽거나 발랄하지만 속깊으며, 시간이 갈수록 작사작곡도 하며 뛰어난 음악성도 가졌다(고 믿었다). ‘좋은 날’ 이후 아이유도 그랬다. 수줍게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이라고 고백하는 10대 소녀. 하지만 ‘3단 고음’을 할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고, 작곡도 한다. 트위터에서는 팬들의 고민까지 들어줄 만큼 속도 깊다. 하지만 동시에 팬은 아이유에게 “들키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아이유는 에서 “(지금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언젠가 한 번은 (팬에게) 실망”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팬이 아이유에게 바라는 판타지는 1세대 아이돌에 가까울 만큼 완전무결하다. 그러나, 가수와 팬 모두 이것이 이미지게임이라는 것도 안다.
소녀의 일상이 충격이 되는 사회
이 균열은 올해 대중문화 산업의 중요한 맥락 중 하나였다. MBC , tvN , 영화 과 은 모두 순수한 첫사랑과 녹녹치 않은 현재를 대비시켰다. 판타지적인 측면이 강한 의 왕도 작은 정치적 결정 하나도 하기 어려운 현실을 괴로워했다. 현재가 평이하다 못해 피로할수록 과거의 첫사랑은 강력하게 미화된다. 그리고, 의 남녀 주인공은 제대로된 대화도 못 나누고, 의 남녀는 10대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다. 은 첫사랑에 남녀의 소통불능이 중요한 장치가 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직접 마음을 묻지 못한다. 그는 키스마저 여자가 잠든 사이에 한다. 동시에 그는 첫사랑이 돈 많은 선배를 택할까봐 걱정한다. 순수한 첫사랑을 기대하지만 세상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안다. 은 이 간극을 여성과의 소통불능으로 덮어버리다 원치 않는 사실에 첫사랑을 ‘샹년’으로 만든 남자의 자기 반성이다.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커졌을 때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세상이 난리가 났다.
현실과 판타지의 간격, 이미 알고 있잖아
10대는 그들의 현실과 판타지를 이어줄 대중문화 시장이 없고, 대중문화 산업의 가장 큰 소비자인 30대 전후의 세대는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 1990년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돌아가서라도 순도 100%의 첫사랑을 찾는다. 그 사이 H.O.T.부터 시작된 유사 연애의 판타지로 움직였던 아이돌 시장은 점점 새로운 스타가 줄어든다. 10대 소녀들은 연예인이 되려면 하다못해 데뷔 전에 담배라도 한 대 피운 사실이 걸리면 큰 타격을 입는다. 소비자든 제작자든 어른들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판타지는 만들지 않는다. 같은 자기 반성을 제외하면 이 시대의 현실을 인정하거나 시대에 걸맞는 판타지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판타지의 대상과 소통불능의 상태까지 가면서라도 판타지를 붙잡길 바란다. 결국 남는 것은 극대화된 판타지가 깨지는 것을 반복해서 보는 것 뿐이다. 그러니, 아이유의 팬들은 당분간 견딜 수 밖에 없겠다. 딱히 다른 대안도 없다. 16년동안 남자 아이돌 팬들이 그랬듯이. 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진다니까.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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