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뼛속까지 곧은 청년’. KBS 제작진은 이번 주 초대 손님 주원 씨에게 마치 KBS 출연자에 어울릴 법한 수식어를 달아주었습니다. 저 또한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자라는 동안 했다는 일탈이 공부하고 오겠다고 해놓고 친구와 놀았던 것이 전부라니요. 평소 설거지를 비롯해 어머님 일도 잘 돕는다죠? 어쩌다 가끔 심부름이나 해드리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명절이면 형과 함께 전을 도맡아 부친다는 주원 씨. 커다란 프라이팬을 꺼내와 신문지와 박스로 세팅을 하고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까지 한다니, 그냥 뒤지개로 뒤집는 정도만 두어 접시 해놓고는 ‘이번 전은 내가 다 부쳤다’고 생색내는 게 일상인 여느 집 자식들과는 참 다르지 뭐예요. 흔히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는 하지만 이번엔 부럽다, 부럽다 하는 말을 보는 내내 참 많이도 되뇌었네요.
작품 속 이미지 때문에 쌀쌀맞은 청년인줄 오해했어요
그러나 ‘1박 2일’에서 보여준 면면들로 어느새 ‘국민 남동생’, ‘아이돌 연기자’로 불리게 됐죠.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맏형 김승우 씨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든 주원 씨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저 같은 시청자, 아마 꽤 많지 싶어요. 게다가 주원 씨는 드라마 속 키스신 하나하나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그래서 연기를 하는 찰나만큼은 진짜 사랑에 빠지곤 한다는, 아직도 열 번 넘게 읽은 같은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구요. 어릴 때 지키고 싶었던 사랑의 숭고함이 세월이 흐르는 사이 자꾸 변질되는 것이, 계산을 하게 된 자신이 너무 속상하다며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죠. 이미 세상 때가 너무 많이 묻어버린 이 아줌마로서는 당혹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는 퍼질러 주저앉아 몇 날 며칠 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을 일이니까요. 87년생이니 한 달 반만 지나면 스물일곱인데 어떻게 아직까지 이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당신은 이미 사람 냄새 나는 배우입니다
주원 씨는 대학 입학 후 어린 나이에 뮤지컬 이라는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단순히 운이 좋아서 배역을 따낸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주인공을 대신할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되었으나 쉼 없는 노력과 성실성으로 결국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요. 어쩌면 끝까지 단 한 차례도 무대에 오르지 못할 처지였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모처럼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드라마 때도 첫 촬영부터 가장 먼저 도착해 내내 현장을 지키며 낯선 제작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는가하면 로 배역의 비중이 좀 더 커지고 난 후에는 책임감을 느끼고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주도하려고 노력했다고요. 열심히 한다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는 주원 씨의 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충분히 사람냄새 나는 배우라고 생각돼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 젊은 청년을 통해 이렇게 많은 걸 배우고 깨닫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착하고 올곧은 청년 주원 씨의 매력을 알려준 제작진에게 새삼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고 싶네요.
정석희 드림.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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