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의 브랜드는 공연의 시작부터 확고하게 노출되었다. 해변으로 여행을 떠난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출발한 콘서트는 파도와 별빛 등 바닷가의 여유로운 공기를 무대에 이식시키며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 공연의 테마송과 같은 ‘그해 여름’이나 어쿠스틱하게 편곡된 ‘날개’로 차분하게 보이밴드로서의 호흡을 보여주는가 하면 청량한 댄스곡들은 그룹 특유의 건강함을 그대로 전달했다. 이어서 동우-호야 유닛의 특성을 살린 신곡 ‘니가 없을 때’나 성규-우현이 부른 발라드곡 ‘하얀 고백’, L-성열-동우-성종이 결성한 인피니트 밴드까지 멤버 각자의 개성과 특기에 맞춰 구성된 무대가 중반부를 꾸미는 동안 아이돌 콘서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장이나 패러디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중간 중간 삽입되는 VCR은 여름 여행의 분위기를 이어 가면서도 멤버들의 캐릭터와 팬덤의 특징을 깊이 이해한 연출로 집중도를 높였다. 이렇듯 다채로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필요 이상의 레퍼토리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이번 공연의 가장 눈에 띄는 기조였다. 밴드가 연주한 ‘Over the rainbow’를 제외하면 공연은 오직 인피니트의 곡들로만 이루어졌고, 이것은 그룹의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겠다는 의지이자 그동안 그룹이 쌓아온 음악적 성취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성장과 변치 않는 가치의 앙상블

다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세히 보이기 마련이라 음향에 관해서만큼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발라드곡에서는 보컬의 음성을 잘 잡아내지 못했고, 템포가 빠른 곡에서는 전체적인 사운드가 다소 뭉개졌다. 또한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시도된 스탠딩 공연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관객들 때문에 공연은 종종 객석의 소란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 덕분에 무대 진행에서도 사소한 실수가 있었던 목요일 공연에서 성규는 마무리 인사를 하며 연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연발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은 실수를 감수할 가치가 있는 시도들이 돋보인 공연이었으며, 이를 통해 인피니트는 누구의 아류도 아닌 그들만의 브랜드를 관객들과 자신에게 확실히 전달했다. 공연 말미, “저희가 좋아하는 걸 하는데 여러분이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생긴 건 다 다른데 같이 좋아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동우는 인사말을 전했다. 쉽게 풀어 쓴 그 말이야말로 지금 인피니트가, 그리고 이들의 무모한 5일간의 공연이 환호를 받는 이유다. 팬들에게 비교우위가 아닌 유일한 팀이 되는 것이야말로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이니까 말이다.
어기여디여랏차 in LIVE
– 호야(a.k.a 아쎄이 유쎄이)의 새로운 유행어: 사장님께 건의해 보겠습니다
– “질서를 지켜주세요. 여러분은 홀몸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의 몸은 저희 것이니까요” (남우현. 22세. 망원동 거주. 무형조련문화제 보유 명창)
– 스탠딩 초보 관객 여러분, 공연 후에 피로할 땐 역시…… 레몬사탕이지!
사진제공. 룬커뮤니케이션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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