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저는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에 대해 거부감이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채식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을 보면 사람은 사람이고 동물은 동물이지 웬 유난들을 떠나 싶기도 했죠. 고기를 그다지 즐기지도, 특히나 보신탕은 입에 대 본 적도 없지만 식용으로 기른 동물을 먹는 게 무에 그리 대수라고 저 난리들일까 했던 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제 생각을 바꿔놓은 말 한 마디가 있습니다. SBS 에서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효리 씨의 답이었는데요.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고기 수요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동물들은 더 고통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굶주린 아이들을 먹일 수 있는 곡물들이 가축 사료로 쓰인다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죠? 물론 지금껏 신문이나 방송에서 숱하게 보고 들어온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까닭일까요. 그날 이효리 씨의 말은 마치 수년간 친구로 막역하게 지내던 동창생 녀석이 어느 날 불현듯 아스라한 이성의 감정으로 다가오듯 제 머리와 가슴을 강타하더군요. 남의 일이려니 하고 흘려보냈던 얘기들이 거짓말처럼 하나하나 제 속으로 스며들어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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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효리 씨를 팔로우하고 있지 않지만 거의 실시간 기사로 이효리 씨의 얘기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의 기사를 본 사람들은 이효리 씨가 SNS를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시죠? 그런 반응들에 마음 쓰실 것 없어요. 진심은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가장 큰 무기이고 이효리 씨는 진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그들도 언젠가는 저처럼 귀를 기울이게 될 거예요. 육식을 비난할 필요도, 채식주의자임을 내세울 필요도 없지만 동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옳다는 것을 깨우쳐준, 그리고 저를 변화시켜준 이효리 씨와 여러 프로그램들에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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