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호칭에서 발견한 문제제기, 의미있더군요

그런데요. 생각해보면 이건 서운해 하실 일은 아니에요. 손아래 시누이라 해도 서로 존중해줘서 나쁠 것 없다는, 그래야 더 돈독한 사이가 된다는 할머님 말씀, 백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세요. 하지만 서로가 아닌 일방적인 존중을 바라니까 그 대목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사실 손아래 처남에게는 하대를 허용하면서 손아래 시누이에게는 굳이 존대를 강요한다는 것, 말을 놓느냐 안 놓느냐, 그게 세간에 갑론을박을 불러올 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닐 거예요. 사람에 따라 가풍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봐요. 남편의 동생에게는 마치 상전이라도 모시는 양 아가씨, 도련님하고 존칭을 쓰면서 아내의 동생에게는 처남, 처제라고 부르며 하대를 한다는 게 온당치 않은 일이라는 거, 솔직히 할머님도 인정은 하시죠? 아마 할머님도 별 생각 없이 관습에 따라 그렇게 부르고 듣고 사셨지 싶어요. 그런데 억울한 경우를 당하면서 눈과 귀를 막아 놓아 억울한지를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는 게 더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어른들이 나서주셔야 변화가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데요. 귀남이 잃어버린 일로 며느님(윤여정)에게 두고두고 설움을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하셨듯이 제일 어른이신 할머님께서 앞장서서 악습의 고리를 끊어주셨으면 합니다. 어른들이 나서서 서둘러 주셔야 비로소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지난 번 제사 때도 귀남이가 “할아버지는 우리 윤희 얼굴도 보시지 못했지 않느냐”며 제사상 차리기에 나서 할머님을 기함하시게 했지만 그건 정말이지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들이 안고 있는 크나큰 의문입니다. 핏줄들 다 놔두고 남의 집에서 데려온 여자들이 왜 제사 음식을 도맡아서 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요. 조상을 추모하는 일, 솔선수범해가며 열심히 할 수는 있어요. 꾀를 피우지 않고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당연히 여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혹시 할머님은 의문조차 품지 않으셨던가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셨어요? 그렇다면 오늘이라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주세요. 우리나라만의 유별난 며느리 길들이기에 대해서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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