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최고예요! 진짜 레게 국가 대표!”라며 자랑스럽게 하하가 첫손에 꼽은 스컬은 사실 그의 오래된 친구이기도 하다. “제가 힙합을 할 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친구이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음악을 워낙 잘할 뿐더러, 항상 저에게 힘이 되는 칭찬을 해 주는 친구거든요. 회사 문제로 음악을 한동안 포기했을 때 ‘키 작은 꼬마 이야기’가 우연히 빵 터지면서 나도 노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스컬은 늘 저에게 레게 할 수 있다, 노래 잘한다, 응원해 주거든요.” YG엔터테인먼트의 작곡가로 활동 중인 이낙과 함께 스토니 스컹크로 데뷔했던 스컬은 ‘나름 가수다’ 특집에서 하하와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던 레게 뮤지션. 그의 새 싱글 ‘나 이러고 살아’는 박효신의 피처링으로 화제가 된 곡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레게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더 레게의 매력에 빠져들어 버렸다는 하하는 스컬 외에도 많은 레게 뮤지션들과 친분을 쌓아 왔다. 스토니 스컹크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쿤타 앤 뉴올리언스의 쿤타 역시 하하가 좋아하는 레게 피플이다. “쿤타가 새로 결성한 루드 페이퍼의 노래도 정말 좋아요. 얘는 정말 너무 잘해서 미국에 당장 보내야 한다니까요!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유독 레게가 인기가 없는데, 그건 화끈한 걸 좋아하는 국민 정서와도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음악은 좀 나른하고, 읏짜읏짜 서서히 흥이 오르는 비트니까요. 하지만 저는 계속 레게를 좋아할 거고, 진짜 레게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중간자 역할을 앞으로 하고 싶어요.”

레게를 짝사랑하게 된 힙합 보이에게 뉴욕의 대표적인 래퍼 나스와 밥 말리의 아들인 데미안 말리가 함께 작업한 앨범 < Distant Relatives >가 필청 앨범인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 다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인데 그 호흡이 진짜 환상적이더라구요. 사실……. 힙합으로만 치면 저는 제이지를 더 좋아하고, 밥 말리의 아들 중에서는 지기 말리의 음악이 좀 더 세련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두 사람이 모이니까 이 앨범은 진짜 무조건 추천할 수밖에 없어요.” 서로 다른 장르에서 정점에 오른 두 사람의 합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앨범은 힙합과 레게의 구분을 무력화하고, 원초적인 리듬과 감각으로 흑인 음악의 근원적인 매력에 접근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하는 콤플렉스를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극복한 사례이기도 하다. ‘키 작은 꼬마 이야기’로 자신의 키에 대한 시선을 극복한 그는 ‘그래 나 노래 못해’라는 노래로 가창력에 대한 천편일률의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그는 진심을 담는 것이야말로 좋은 노래의 조건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김건모의 ‘서울의 달’은 변함없는 애창곡일 수밖에 없다. “노래의 멜로디나 분위기도 참 좋지만, 가사에도 많은 공감을 하거든요. 그래서 가요는 특히 옛날 노래를 계속해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김현식 선배님의 ‘비처럼 음악처럼’이나 이문세 형님의 ‘사랑이 지나가면’ 같은 노래들 말이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노래들인데 여전히 최고잖아요.”

“마지막은……. 우리 누나 앨범!” 갑자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꺼내 들지만, 그것이 이해가 되는 것은 가족을 향한 그의 유난한 애정 덕분이다. 최근에도 아버지와 둘이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는 그에게 가족은 더할 나위 없는 응원의 존재다. “우리 누나 앨범이기도 하지만, 진짜 좋아요. 저도 종종 혼자 있을 때 틀어 놓거든요. 앨범에서 ‘Santa Fe’도 참 좋고, 저는 ‘The Boy & Umbrella’도 좋아해요.” 하하의 누나 하쥬리는 스트로베리 레인이라는 밴드의 건반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며, 피아노 소품집 < Unsophisticated > 외에도 자신의 종교관을 음악으로 담아낸 CCM 피아노 연주 앨범 < Breathe >를 발표하는 등 부지런하게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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