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갑을도감’을 통해 본 대한민국 회사 생태계](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2013113330810566_1.jpg)
상반된 회사의 풍경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달라서다. 에서 정복동은 천리마마트를 “본진(대마그룹)에 드랍쉽”하는 폭탄으로 키우려 한다. 적자폭이 커지면 주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 총수의 아들과 임원의 비자금 세탁을 위해 만들어진 천리마마트의 정체가 폭로될 수 있다. 일정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누구도 주목받을 만큼의 이익을 내면 안 되는 회사. 좌천시킨 회사에 복수하려고 경영을 망치려는 CEO. 천리마마트는 자본주의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면들을 모아 만든 실험실이다. 온갖 가정을 통해 고용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 직원들이 ‘왕’의 옷을 입고 일하는 이상적인 회사가 탄생했다. 해고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는 직원들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는 직원의 행복과 회사의 이익을 모두 달성한다. 반면 는 왕이 될 수 없는 을의 이야기에 대한 현실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 유형관(유형관)은 대리 변지원(임서연)이 아이 때문에 일에 차질을 빚자 해고를 거론하고, 변지원의 남편이자 차장 윤서현(윤서현)은 사장에게 끊임없이 아부하며 ‘굴러온 돌’인 이사 김산호(김산호)를 견제한다. 더럽고 치사해도 당장의 아기 분유 값이 아쉽다.
회사를 바라보는 다른 질문, 같은 대답
![[강명석의 100퍼센트] ‘갑을도감’을 통해 본 대한민국 회사 생태계](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2013113330810566_2.jpg)
회사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던 와 는 이 지점에서 만난다. 천리마마트의 근로환경은 회사를 망치길 바라는 정복동이 ‘갑’의 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에서 이영애의 제부 김혁규(고세원)는 동생 김나영(김나영)이 자신의 가게에 투자하자 동생의 눈치를 본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는 Mnet < 슈퍼스타 K >보다 더 엄격하게 면접을 치르고, 다른 가게에서는 진상을 떠는 손님이 된다. 는 갑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방법은 없는 거냐고 질문하고, 는 왜 우리는 갑만 되면 이 모양이냐며 탄식한다. 그리고 두 작품은 모두 같은 답에 이른다.
견딜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하여
![[강명석의 100퍼센트] ‘갑을도감’을 통해 본 대한민국 회사 생태계](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2013113330810566_3.jpg)
에서 갑을관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은 김혁규의 가게에서 일하는 요리사일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이고, 신용불량자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김혁규와 다투다 직장을 그만둔다. 갈 곳은 마땅치 않고, 당장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혁규 역시 그만한 요리사를 찾기는 어렵다. 갑과 을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관계를 유지하고, 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생기기도 한다. 역시 정복동이 행복해 하는 마트의 직원들을 보며 과거 자신이 해고한 사람이 한 사람의 가장이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회사는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해고한다. 그게 회사다. 이영애가 사장에게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안 될 때도 있다. 와 는 갑과 을로 양분할 수만은 없는 세상의 풍경으로 들어가 갑과 을, 사람과 사람이 이해를 할 수 있는 고민으로 나온다. 두 작품이 어떤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엔 갑과 을, 사람과 사람이 정의할 수 없는 경계 속에서 뒤섞인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때론 누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이기도 하고, 때론 서로 된다, 안 된다의 문제다. 다만 우리에게 회사의 문제가 웹툰과 케이블 TV 드라마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니기 행복한 회사란 없다. 다만 더 견딜만한 회사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