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는 성시경과 ‘그대네요’를 부르면서 SBS 를 떠올리고, “책을 읽고 있는 건지 그냥 보고 있는 건지 잘 모르”지만 “다섯 번, 여섯 번씩 읽다보니까 이게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알랭 드 보통 소설을 즐겨 읽는다. 악플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덤덤한 성격을 타고난 아이유는 스스로 일찌감치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인기가 완벽하게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헤어 선생님 지분 조금, 메이크업 선생님 지분 조금 (웃음) 이렇게 나눠주고 나면 저에게 돌아오는 지분은 정말 조금밖에 안돼요. 딱 그만큼만 즐기고 있어요.” ‘마시멜로’와 ‘좋은 날’이 가져다 준 인기를 거쳐 이번 앨범 < Last Fantasy >의 모든 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를 때에도 마냥 그 순간을 즐기기보다 “인기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이 열아홉 살의 가수는 성숙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조금은 무서울 정도로 담대하다. 아이유가 추천한 ‘소소하지만 동화 같은 영화들’ 역시 한 번 보고 선택한 영화들이 아니라 대본을 다 외울 정도로 몇 십 번 보면서 어렵게 골라낸 ‘Best 5’ 작품들이다.

2007년 | 존 카니
“에 나오는 음악도 정말 좋지만 전 그냥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왠지 나도 영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내 이야기 같기도 하잖아요. 하하. 이번 제 앨범에도 ‘길 잃은 강아지’처럼 제 얘기를 하는 곡들이 있거든요.”
영국의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드 보컬인 글렌 핸사드, 이 밴드의 앨범작업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마케타 잉글로바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해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 음악영화.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확인하는 데에는 언어보다 음악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악기점에서 처음으로 연주를 맞춰 본 ‘Falling Slowly’의 여운은 영화를 본 지 몇 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2008년 | 리처드 라그라브네스
“중학교 때 처음 이 영화를 봤어요. 그 이후로 진짜 한 40번은 본 것 같아요.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예요. 여자 주인공이 남편 장례식 끝내고 괜찮다며 웃다가 집에 오자마자 옷을 막 집어던지고 머리를 풀어헤치더니 이불에 쏙 들어가서 자동응답기를 듣는 장면이 정말 슬펐어요. 그리고 남편이 아내에게 주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했던 마지막 편지가 엄마한테 있었잖아요. 엄마가 따뜻하게 편지를 줄 때 또 한 번 울었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뇌종양으로 죽기 전 홀로 남겨질 아내를 위해 편지 이벤트를 준비해놓은 남편, 편지를 한 통씩 받아보면서 남편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아내를 주인공으로 한 < P.S 아이 러브 유 >는 그 소중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2005년 | 팀 버튼
“그냥 동화 자체도 좋아하지만 냉소적인 동화 스타일을 정말 좋아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완전 환장해요. (웃음) 에 나오는 윙카 초콜릿을 한 번만 먹어보고 싶어서 일본에서 사올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에요. 근데 제가 생각했던 맛이 안 나더라고요. 영화에 나오는 그 딱딱한 윙카 초콜릿을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윌리 윙카(조니 뎁)가 운영하는 초콜릿 공장은 굉장히 유명한 동시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는 공간이다. 어느 날 윌리 윙카는 5개의 윙카 초콜릿에 감춰진 행운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한다. 스토리와 캐릭터, 음악, 비주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구석이 없는 꼼꼼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초콜릿처럼 단맛 뒤에 약간의 씁쓸한 맛이 찾아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2009년 | 알렌 휴즈, 브렛 래트너 외
“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해요. 도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나탈리 포트만 때문에 보게 됐어요. 나탈리 포트만의 사랑 얘기는 참 짧지만 느낌이 확 와요. 약간 웃긴 부분도 있는데 나탈리 포트만의 민머리는 정말 예쁜 것 같아요. 마지막에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부분도 참 좋았어요. 각 에피소드가 다 이어져 있는 거잖아요. 이 곳 저 곳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딱 왔어요.”
담뱃불을 빌리며 시작되는 로맨스부터 노부부의 사랑이야기까지 뉴욕을 배경으로 한 11편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옴니버스 영화의 특성상 각 에피소드 간의 연결고리가 느슨한 건 사실이지만,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 브래들리 쿠퍼, 올랜도 블룸, 에단 호크 등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2008년 |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완전 좋아해요. 는 정말 100번도 더 봤어요. 대사를 다 외웠어요. 한국어 버전, 일본어 버전 다 봤어요. (웃음)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포뇨가 차를 타먹는 장면, 처음에 포뇨가 물병에 쏙 꽂히는 장면이에요. 마을이 물에 잠겨서 계단도 다 바다고 물고기들이 계단에 왔다 갔다 하는데, 와 이런 데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었어요. 바다 속이 다 보이잖아요.”
, 등을 연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단체 여행을 갔다가 벼랑 위에 서서 바다를 보는 한 소년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를 만들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 몰래 육지에 간 호기심 많은 물고기 소녀 포뇨와 때마침 해변가에 놀러 온 소년 소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따뜻한 작품.
“오늘이 이렇게 행복한데 왜 그걸 즐기지 못하고 계속 내일, 미래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지만, 그렇다고 다가올 내일에 대해 뚜렷한 그림을 그려놓는 건 아니다. 어떠한 계획을 세운다기보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20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완전 없어요. (웃음) 이번 앨범 1등 해야겠다는 욕심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톱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욕심도 없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 무시당하지 않고 멋있게, 재밌게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강해요.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까 두렵지도 않고 크게 기대도 안 돼요.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서 다시 예전의 이지은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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