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TV에서 성 정체성은 일종의 캐릭터다. 편견이나 선입견, 차별의 문제를 떠나 이들은 그 자체를 오락으로 흡수한다. 게이라도, 트랜스젠더라도, 여장남자라도 재미만 있다면 수용한다는 식이다. 한국에선 한류연예인으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잇꼬도 마찬가지다. 웃음의 리듬이 빠른 일본 오락 프로그램에서 잇꼬의 성 정체성을 논할 시간은 없다. 이들은 그저 트랜스젠더 잇꼬의 걸쭉한 입담과 잦은 노출을 즐긴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루나 아이 역시 같다. 성을 전환했다는 이들의 이력은 그저 개그의 소재일 뿐이다. 섹시하게 차려입은 하루나 아이가 돌연 아저씨 ‘오오니시 켄지(하루나 아이의 본명)’가 될 때 대중은 폭소를 터뜨린다.
편견에서 재미를 찾다

일본 TV는 순전히 캐릭터 싸움이다. 개그 콤비는 철저히 먹고 주는 역할이 구분되어 있고, 아이돌 멤버들은 오락프로, 드라마, 그리고 연극 무대에 나가 나름의 위치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지 정치적으로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다. 남성을 버리고 여성이 된 사람보다 여자에게 미를 이야기하기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 마담의 말투를 그대로 살려 술집의 질펀한 토크를 재현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짭짤한 심야 프로그램도 없다. 실제로 마츠코 데락스와 미츠 만그로브를 게스트로 부른 많은 프로그램이 술집에 앉아 바에 턱을 기대고 마담의 이야기를 듣는 구조를 취한다. 편견을 버리는 대신 편견에서 재미와 이점을 찾는달까. 일본 TV가 유독 성적으로 꽤 관대해 보이는 건 사실 다 재미 때문일지 모른다.
글. 도쿄=정재혁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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