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가르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한 사람이 되기 쉬우니 학문을 갈고 닦아 유연한 머리로 진리를 배우라는 말씀도 폐부를 찌르더군요. 사실 요즘 우리가 간장 종지만한 얕은 지식 좀 가졌다고 얼마나 아는 척, 잘난 척 해가며 살고 있는지 어르신께서는 짐작도 못하실 걸요. 어쨌거나 가르침마다 구구절절 어찌나 옳은 말씀이신지 하나하나 받아 적어가며 마음 속 스승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니까요. 그리 여기던 어르신이 난데없이 계집 운운하시니 외람된 말씀이지만 ‘천하의 정약용도 어쩔 수 없는 남자로군’이라 할 밖에요. 한편으론 관습이란 게 이래서 무서운 거다, 했습니다. 아무리 깨인 분이라 해도 평생을 이끌어온 통념은 누군가가 부러 깨우쳐주지 않는 한 스스로는 깨닫기 어려운 법인가 봅니다.
꿈꾸는 자를 도와주세요
물론 법도가 지엄한 시절에 여자의 몸인 윤희가, 더구나 병든 동생 윤식을 돌보기 위해서라지만 엄연히 나라 법을 어긴 윤희가 자신의 이름으로 출사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겠죠. 그렇지만 여염으로 돌아가 남편 뒷바라지로 여생을 보내게 된다면 그는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아버님이신 성균관 박사 김승헌의 유품을 지금껏 내내 간직하고 계셨던 금상(조성하)께서 특별히 마음을 쓰시긴 할 테지만 여자라는 것을 아셨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잖아요. 사생취의(捨生取義), 의로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뜻을 윤희가 이어갈 수 있도록 선생께서 힘써주시길 부탁드리옵니다. 성균관의 또 다른 스승이신 유창익(박근수)선생께서도 이미 윤희의 빼어난 재주를 알아보셨지 싶으니 연합 작전을 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긴 모든 사실이 밝혀졌을 때 유창익 선생께서 보일 반응도 오리무중이긴 하네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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