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우 씨와 아내를 보면서 부끄러워졌어요

그런데 말이죠. 사람이 나이를 먹었다고 다 철이 드는 건 아닌 것이, 6천 명 중 한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동우 씨를 보면서도 저는 처음엔 ‘아뿔싸, 눈이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았네. 이제라도 불꺼놓고 매일 조금씩 연습을 해볼까?’ 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 뭡니까. 내 남편이나 내 아이들이 저런 역경에 처했다면 함께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어떤 식으로 도와줄 것인가, 그런 궁리부터 해야 옳으련만 저는 누군가에게 제가 짐이 되지나 않을까, 그 걱정부터 앞서니 기막힌 노릇이죠? 사실 5%만 남았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시력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면 좀 더 안 보일 테고 그러다 갑자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 몸이 떨려오기까지 한다는 동우 씨의 절박함은 백번 천 번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리고 그런 참담한 순간순간 곁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아내 은숙 씨와 다섯 살짜리 딸 지우가 얼마나 감로수 같은 존재일지도 짐작이 갑니다.
동우 씨는 결코 혼자가 아니에요

“점점 눈이 안 보일수록 없는 사람이 되어 갔다”는 동우 씨의 내레이션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천만에요. 세상이 눈여겨 봐주지 않아도 동우 씨는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은숙 씨와 지우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인 걸요. TV에 나와 노래 부르는 아빠를 보고 손을 흔들며 좋아하는 지우를 위해서라도 좀 더 힘을 내주세요. 집에서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셨던지 ‘청춘’이라는 곡은 벌써 지우가 따라 부르더라고요. 저도 지난번 콘서트에서 동우 씨가 들려주신 ‘지우의 꿈’을 당장에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등록했습니다. ‘이길 수 있을 거야, 이길 수 없다 해도 내가 가는 길 결코 외롭지 않아’라는 노랫말처럼 이제 곧 남은 5%의 시력마저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해도 동우 씨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 자신을 향한 동정어린 시선이 거북하다 하셨지만 부디 TV와 라디오에서 자주 뵙고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번에 새로이 맡게 되신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MHz)의 ‘이동우, 김수영의 오늘이 축복입니다’ 열심히 들을 게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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