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이란 이름의 첫 꽃봉오리
카메라 밖에서도 김수현은 보는 이를 긴장시킨다. “저희 어머니가, 사실은……. 조금, 요즘 흔히들 말하는……. 그… 극성 엄마셨어요”라고 힘겹게 시작한 이야기는 외동아들이라서 어머니가 사랑을 많이 주셨고, 소극적인 성격을 고칠 겸 고등학생 때부터 극단에서 연기 수업을 받도록 인도해 주신 것도 어머니라는 지극히 훈훈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남자치고는 어려보이는 외모와 굵직한 목소리의 부조화가 가져오는 이미지의 충돌을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제법 예리한 분석을 말하면서도 그가 내뱉은 첫마디는 “저는, 사실 좀, 겉과 속이 다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이다. 심지어 질문을 듣다가도 서슴없이 “그런데, 그 옴므파탈이 정확히 무슨 뜻이에요?”라고 궁금한 걸 묻고는 “음, 그러면 그 단어는 비에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 말이네요!”라고 나름의 이해를 정리한다.
다른 사람이 별 수 없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그 힘은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김수현이 다듬어 온 비장의 카드다. “연기를 하면서 많이 욕심을 내고 고민을 하는 건 캐릭터로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저거, 좀 묘하다. 제법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래서 눈빛이나 목소리로 사람을 밀고 당길 수 있게 몰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필살의 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 놓는 그 솔직함은 순진무구하다. 그리고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나 역할은 전부 ‘김수현’이 기본이에요. 저에서 출발해서 인물을 만들어 내는 거죠. 누가 봐도 김수현 같을 수 있도록”이라는 설명은 작품 안팎으로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김수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강진과 수현, 재일과 재타를 겹쳐놓은 교집합,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표정과 말투가 거기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쉴 틈 없이 달리고 싶어요”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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