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반해 팬카페에는 사적인 경험도 공유하고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의 수상소감에서도 ‘강함사(강지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강지환
: 아무래도 내 팬들에겐 다른 배우 팬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울 뭔가를 주고 싶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적극적인 진성 팬인 동시에 폐쇄적인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변함없는 팬이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인기가 확장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엔 단점일 수도 있다.
강지환
: 폐쇄적이긴 하지. 카페에 올라온 글이나 사진 같은 게 여간해선 밖으로 노출이 안 된다. 가끔 잘 나온 사진은 좀 유출되면 좋겠는데. 하하하. 직장 생활도 해보고 뮤지컬도 해보고 지금처럼 배우로 지내며 느낀 건 백 명의 그저 그런 친구보단 한 명의 진실한 친구가 중요하다는 거다. 한 명이 백 명을 대신할 수 있다면 왜 백 명의 친구가 필요하겠나. 어떤 작품이 이슈가 됐을 때 잠깐 와서 좋아하다가 빠지는 사람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그게 오히려 당연한 반응일 수 있지. 다만 배우로서는 당연히 잘하면 잘했다고 못하면 못했다고 끊임없이 지켜주는 팬에게 애착이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팬들이 날 좋아해준 이유는 처음부터 잘해서가 아니다”

그 때문인지 이번 일본 팬미팅에서도 우리 식구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
강지환
: 우리 식구니까. 하하. 그런데 그분들께 좋은 내용의 만남을 드리지 못해 좀 아쉽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강지환
: 그렇다. 도쿄 팬미팅에 온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사흘 전 고베 팬미팅에서 모든 걸 쏟아낸 것 같다. 그러고선 마치 다 끝난 것 마냥 뒤풀이도 심하게 해서 컨디션 조절도 잘 못했고. 5000명 앞에서 하려니 긴장도 많이 됐다. 특히 등장할 때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엄청난 환호를 기대했는데 고베에서보다 오히려 조용해서 좀 당황했다. 도시 사람들이라 분위기가 얌전할 수 있단 얘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차분했다. 거기서부터 좀 말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괜히 누워서 환호도 이끌어보려 했는데 잘 안 먹혔다. 프로그램 역시 1부엔 너무 토크 위주여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팬미팅 끝나고서 취재해보니 1부가 심심했다고 지적하는 팬도 2부는 재밌었다고 하더라.
강지환
: 내가 일본에서 타던 자전거를 경품으로 건 게임도 있었고, 기타 세션을 동반한 노래도 있어서 2부에선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 기대한 건 있다. 관객 호응을 유도할 때도 그냥 박수가 아니라 10대 아이돌 스타를 대하듯 ‘꺄악’ 소리쳐 달라고 부탁하고. 그때부터 분위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 또 객석 순회 포토타임에선 최대한 팬들과 눈을 마주치려 했고.

현장에서도 느꼈지만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나보다.
강지환
: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일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작품이 <굳세어라 금순아>인데 팬들이 나를 좋아해준 이유는 내가 처음부터 잘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강지환의 연기가 어설프고, 구재희라는 인물 역시 뭔가 어설픈데 그 둘이 같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고 하더라. 그 성장을 지켜보면서 내 배우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만큼 나 역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보답하려는 거다.

“강지환 연기 별론데, 이런 말 들으면 끝장이다”

분명 지금까지의 과정은 발전적이었던 것 같다. 최근의 영화 작업에서 확 뜬 경향은 있지만.
강지환
: 그건 아니다. 분명히 조금씩 조금씩 올라간 거다. 아주 큰 반응은 아니지만 작품 하나씩을 끝낼 때마다 그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나 연기를 좋아해주는 분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느꼈다. 물론 나 역시 점프도 하고 싶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싶다.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처럼 순식간에 스타가 되는 친구들 보면서 뒷골 잡고 ‘으악’ 이러기도 하고. 으하하하. 하지만 조금씩 내가 배우로 성장하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도 느끼기 때문에 끈을 못 놓고 작품을 쉬지 않고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 아닐까? 쉽게 떨어지거나 무너지지 않을.
강지환
: 그럴 거 같은데 사실 떨어져도 별로 안 다칠 거다. 별로 안 높다. 하하하. 그러니까 떨어져도 다시 금방 올라갈 수 있고.

말은 그렇게 해도 이제 일본에서 관중 5000명을 동원할 수 있는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강지환
: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한류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좀 더 성장하느냐 그냥 멈추느냐는 갈림길이다. 이번에 엠넷 재팬과 함께 진행하는 여행기나 텔레시네마 <내 사랑 못난이> 같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 결과가 중요할 거다.

사실 텔레시네마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강지환
: 프로젝트로 보면 크지만 내가 참여하는 작품만 보면 한 편의 단막극 아닌가. 그렇게만 봤다. 그냥 <천국의 계단> 이장수 감독님과 <퍼스트 러브> 오오이시 시즈카 작가와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부담보단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오오, 나의 여신이여’ 같은 대사를 보면서 닭살이 돋은 기억이 난다. 하하. 그래도 이번 텔레시네마가 모두 정통 멜로인데 내 것만 코믹 멜로라 경쟁력이 있을 거 같다.

이제 확실히 더 높이 올라가야 할 시기인데 스타 파워에 대해 고민하던 배우로서 그에 대한 불안함은 없나.
강지환
: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어느 작품에 들어가서 대본을 받았을 때 잘할 수 있을까, 그게 제일 불안하다. 대본 받고 날짜 받으면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소속사 대표님과도 가장 많이 싸우는 부분이 그거다. 작품 할 때 잠깐 다른 거 하자고 하면 나는 못한다고 한다. 남들이 볼 땐 배우가 원래 연기를 하는 직업이니까 당연하고 대단치 않게 여길 수 있지만 내겐 굉장히 대단한 작업인 거다. 심리적으로는 빙의된 거나 다름없으니 다른 건 못 한다고 대표님께 우긴다.

흥행보다 ‘강지환 이번 연기 별론데?’라는 반응이 제일 불안한 건가.
강지환
: 당연하다. 메인 배우로서 그런 얘기 들으면 끝장이지. 그게 제일 불안하다. 아니, 두렵다. 그 표현이 더 맞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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